남헌일 원장

필자는 매년 1월1일이 되면 그해에 반드시 지키고, 변화하고, 새롭게 하고자 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확실히 실천하기 위해 신년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공적·사적 문제에 대해 지난 30여년간 빠짐없이 기록해 왔다. 똑같은 방법으로 매년 12월31일에는 그해 있었던 公私간의 중요한 일과 잊을 수 없는 일, 감사했던 일과 함께 연초에 다짐했던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를 회고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자책하면서 다이어리 맨 마지막 페이지에 30여년간 반복해서 기록해 왔다.
“나이가 얼마나 들어야 철이 들까”라는 생각에 어떤 해에는 기록하기가 부끄럽고 싫을 때도 있었으나 그래도 약속과 다짐을 안하는 것보다는 부끄럽더라도 기록에 남기는 것이 하나라도 더 새롭게 변화하고 지켜나가는데 보탬이 될 것 같아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이 코앞에 다가왔다. 아직 한달이 남았지만 마음은 벌써 한해를 돌이켜 보게 된다. 공적인 측면, 즉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광주테크노파크의 금년 경영목표 등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고, CEO로서 지켜야할 公約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가정에 대한 소망과 약속도 거의 이루어 질 것 같다. 그런데 제일 오랫동안 뜻대로 안되는 것이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주일에 열심히 교회에 나가는 것이고, 둘째는 담배를 끊거나 확 줄이는 것이고, 셋째는 술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가장 중요한 이 세가지 다짐과 약속을 아직도 제대로 못 지키고 있어 항상 나를 짓누르고 있다. 세가지만 지키면 오죽 좋으련만….
이 중에서 술과 관련된 얘기를 꺼내고자 한다. 왜냐하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나와 비슷한 고민과 다짐을 수없이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주일에 이틀만 마시자,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12시 이전에는 귀가한다”를 매년초 다짐한다. 그런데 이게 뜻대로 안된다. 지금도 1주일에 3일은 술을 입에도 안댄다. 金·土·日 3일 말이다.
술은 참 맛있고 좋은 음식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리 인간관계를 만들고 지속시키는데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음식이라 생각한다. 우선 흥겹게 하고, 기분이 좋아지고, 인간관계를 쉽게 친근하게 해준다. 그런데 도를 넘어 과하게 되면 독이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아무래도 과격해 지고, 쉽게 화를 내게 되고, 건전한 이성을 혼미하게 만든다. 일찍이 하느님께서도 술로 인한 폐해를 경고하시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에 관한 한 브레이크를 밟을 줄 모르고 절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서 반드시 후회하고 오늘 만큼은 술집 근처에도 안가겠다고 이를 악물고 다짐한다. 그런데 꼭 부득이, 회피할 수 없는 행사가 생기고 멀리서 귀한 손님도 오시고 해서 본의 아니게 또 마시게 된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부담이 되고, 건강도 서서히,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빠지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라는 옛 분들의 말씀이 백번 맞다.
사실 생각 같아서는 술에 관한 폐해를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해서 공감하시는 분들에게 강한 경고 메시지를 전해 드리고 싶지만 이 글을 쓴다고 하니 평소 나를 많이 걱정해 주는 고위 공직자인 후배 K군이 절대 기고하지 말라고 해서 완곡하게 표현을 한다.
이제 곰곰이 생각도 해보고 현실을 바로 보니 술을 잘 드셨던(다소 과한, 즉 속된 표현으로 나와 간이 맞는) 선배님들은 古稀를 넘기면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 술도 조심하고 절제하시는 반면, 예전 술자리 중간에 일찍 집에 들어가셨던 선배들은 古稀를 넘겼어도 아주 건강하신 모습이 나를 많이 깨우치게 한다.
가장 확실한 노후대책은 건강과 경제력일 것이다. 건장만 유지된다면 부부 둘이서 많지 않은 돈을 가지고도 충분히 노후를 보낼 수 있기에 지금부터라도 술을 좀 자제하면 술값만큼 저축도 해 노후 경제력에 큰 보탬이 되고, 동시에 건강도 저축되지 않겠는가?
필자는 60이 다 되어서야 깨우쳤지만 여러분은 좀 더 일찍 깨닫기를 권유 드린다.
더 나아가 항상 감사하고, 보답하고, 긍정적이고, 정열적인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10살은 젊어지고 건강해 질 것이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마음의 화로 인해 10년은 빨리 늙게 될 것이다.
또한 매일 나이에 맞는 운동을 한다든지 반신욕을 하는 것도 보탬이 될 것이다. 다만 미루지 말고 오늘부터 당장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확실한 노후준비를 위해 더 늦기 전에 함께 약속과 다짐을 하고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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