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집 소문난 집]봉선동 광주은행 뒤편‘서천 간재미회’
황가오리·간재미, 스태미나 강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돼 15년간 지내면서 근해에 있는 물고기와 해산물 등 155종을 채집해 기록으로 남긴 책자가 자산어보이다. 이 책에 보면 간재미라는 어류는 따로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단지 가오리를 여러 가지로 분류해 놨는데 그중에서 수분, 속명은 간잠(間簪)이라고 한 것이 유래되어 간재미로 변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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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봉선동 광주은행 뒤편에 자리 잡은 ‘서천 간제미회’(대표 박정란). 간제미 맛이 최고라 소문이 자자하던데. 옷자락 휘날리며 발품을 팔아 가게에 들어섰다. 초저녁 이른 시간인데 벌써부터 이집 단골 터줏대감들이 가게 곳곳에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음~! 한발 늦었군. 주문이 밀려 주인장 정신없고. 밀린 주문 다 받고서야 새로온 손님을 반가이 맞이한다. “뭐 드실라우?” “이집 황가오리회가 죽인다고 하던데 그것부터 줘 보쇼” “쪼까 기다려야한디”.
‘아싸 가오리’의 유래는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 인터넷에 ‘아싸 가오리’를 입력하니 재미난 자료가 눈에 띈다. 상당히 야한 이야기라서 중간 겁나게 생략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친 풍랑과 싸우며 고기잡이를 평생 업으로 삼았던 한 늙은 어부의 슬픈 사랑얘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다수설이다. 그밖에 소장학파가 제기하는 가설로는 어려서부터 연모해 오던 주인집 아씨가 시집을 간 후 소박을 맞아 다시 돌아오기에 마당쇠 혼자 좋아라 하여 “아씨가 (돌아)오리~”라고 흥얼거린데서 비롯되었다는 의견이 있으나 소수설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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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렸지라. 황가오리도 맛나게 잡는 방법이 있어서 시간이 쪼매 흘렀소, 이해하쇼”. “아따 고놈 색깔 한번 참으로 곱다”. 젓가락을 들고 맛을 보려는 순간 아짐이 또 한소리 한다. “아따 촌스럽게 그렇게 먹으면 쓰것소. 우리 집에 오믄 일단 황가오리 한 점 올리고 그 위에다가 양념된장 바르고 묵은 김치를 감싸서 먹어야 한당께”. 주인장 말대로 해서 한입 넣었다. 그 맛이 쫄깃쫄깃하고 담백하고 입에 짝짝 달라붙으니 둘이 먹다 누가 죽어도 모를 맛이다. “여보 주인장, 탁배기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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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제미는 연골어류로 뼈째 먹을 수 있고 암컷이 맛이 좋다. 수컷은 배지느러미 밑에 막대기 모양의 두 개의 교미기가 있어 스태미나가 뛰어나다고 하는데 남성들에게 더 없는 기쁜 소식 아닐까?
간제미 요리 전문점 ‘서천 간제미회’에 손님이 넘쳐나는데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단 가오리도 황가오리, 흑가오리 기타 등등 나뉘는데 그중 황가오리를 재료로 쓴다. 육질이 좋고 맛이 독특한 게 황가오리의 장점. 진도 근해에서 잡힌 싱싱한 것들을 직접 공수 받아서 쓴다. 가오리뿐 이겠는가. 이집 겨울철 메뉴인 과메기도 인기 만점. 과메기 주산지는 포항 구룡포 일대. 과메기는 날짜가 바뀌면 고유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필요시 포항에 주문해서 받아서 쓴다. 또한 석곡에서 키운 흑돼지, 시골집 주암에서 직접 만든 된장에 유기농 야채을 섞어 먹는 쌈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이집 양념된장과 묵은 김치의 조합은 최고 인기. 갖은 재료를 넣은 양념된장의 조리비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마늘, 고추, 된장, 참기름 등 몇 가지 재료만 일러주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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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어떤 메뉴를 선택하든지간에 일단 소스는 양념된장소스, 기름소스, 과메기 양념장 이렇게 3가지가 나오요. 이중 각자 취향에 맞게 선택해서 먹으면 되요. 황가오리 먹는 법은 서두에 설명했고 이제 과메기와 간제미 회·찜을 맛나게 먹는 법을 갈케 줄란께 잘 들으쇼”.
경상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요리가 과메기 요리이다. 일단 과메기를 시키면 고추, 당근, 완도산 물미역, 득량만 해풍을 맞고 자란 쪽파, 석곡에서 키운 흑돼지 등등 여러 가지 재료가 나온다. 과메기 한 점에 과메기 전용 양념장 그리고 여러 야채들을 쌈해서 먹는 방법을 강력 추천한다. 간제미 회·찜은 새콤달콤하게 미나리, 깻잎, 양파 등을 곁들여서 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 방법도 강추(강력추천)다.
간제미를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탕을 즐겨먹는다. 간제미를 토막 내 신김치와 함께 넣고 푹 끓여낸 국물 맛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특히 여느 매운탕에서는 찾을 수 없는 개운한 뒷맛이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라는 게 주당들의 자랑이다.
‘서천 간제미회’ 집은 겨울철 홍어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홍어 보리애국을 서비스로 내어준다. 주인장 인심 또한 넉넉하니 여기보다 더 맛난 집이 또 어디 있으리오. 사진/신광호 기자 s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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