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군 벌교읍‘제일회관’
쫄깃하고 알싸한 맛 최고
벌교갯벌서 난 재료 사용
꼬막전·



참꼬막은 꼬막의 본고장 전라도에서도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주로 먹었고 내륙 쪽으로는 명절 때나 잔칫날에 주로 내놓은 음식이었다. 참꼬막의 맛이 널리 퍼지기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새꼬막 때문이기도 한데 새꼬막은 양식이 가능한데다 서남해안에 걸쳐 나기 때문이다.
참꼬막의 참맛을 아는 전문 맛객들은 그래서 참꼬막만 찾는다고 한다. 벌교에서 이름난 참꼬막 요리 원조집 ‘제일회관’(대표 신영철·정금자)을 찾았다.

꼬막은 한마디로 ‘저평가 우량주’인 것 같다. 뛰어난 맛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이야기다. 꼬막 마니아나 맛을 찾는 블로거들에 의해 그 참맛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동안 철저히 숨겨져 있던 맛이 참꼬막이다.
벌교 참꼬막을 쳐주는 건 맛도 있지만 뻘이 거의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굳이 해감(물속에서 흙과 유기물이 썩어 생기는 냄새나는 찌꺼기)할 필요도 없다. 찬물에 잘 씻기만 하면 된다.
꼬막은 크게 참꼬막, 새꼬막(여기서는 똥고막이라고도 부름)으로 나눈다. 새꼬막은 양식이 되기 때문에 값이 싸다. 껍질의 색이 엷고 골도 좁고 꼬막 주변에 솜털이 잘게 나 있다. 참꼬막은 새꼬막에 비해 알이 굵고 주름도 깊지만 솜털이 없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꼬막 중의 왕꼬막이 바로 참꼬막이다. 새꼬막은 뻘에 종표를 뿌려 배로 긁어 올려 잡는 반면 참꼬막은 아낙네들의 뻘배질을 통해 이동하면서 캐내게 된다. 그래서 참꼬막에는 벌교 아낙네들의 허리 아파 울부짖는 고통의 소리가 담겨 있다.
벌교는 최근 참꼬막의 본산으로 입소문이 돌면서 벌교 안에 여러 꼬막집이 생겼다. 그중에서도 벌교 참꼬막의 원조는 ‘제일회관’. 벌교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있는 상태다. 벌교 우체국 앞을 지나다 보니 가까운 곳에 ‘제일회관’ 문패가 시야에 들어왔다. 가게에 들어서니 겨울 꼬막 제철을 맞아 손님들이 바글바글 하다.
입소문 타고 관광버스를 대절해 단체손님으로 찾아오는가 하면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등산객들이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와 참꼬막의 진수를 맛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참 줄을 서 기다린 끝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주문을 하기 전에 주인장으로부터 이 지역 꼬막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들었다.
청정해역 여자만 일대에서 생산되는 참꼬막은 다른 지역 뻘에서 생산되는 꼬막과는 달리 깊고 차진 진흙뻘에서 잡히기 때문에 그만큼 맛이 쫄깃거리고 알알하다고 한다.
자자. 이제 더 이상 벌교 참꼬막에 관한 설명은 의미가 없을 듯. 일단 먹어보고 판단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맛객은 제일회관의 제일가는 맛 ‘꼬막 정식’을 주문했다. 상다리 부러지도록 많은 음식이 한상 가득 점령했다.
일단 푸짐하게 한 접시 가득 올라온 벌교 참꼬막. 아무 양념도 하지 않은 채 어떠한 맛을 내기 위해 첨가물을 넣지 않은 채 그냥 물에 데치기만 했다. 살짝 틈을 보인 참꼬막을 손으로 집어 힘차게 벌렸다. 참꼬막의 송글송글한 알들이 한쪽으로 밀리고 양쪽으로 꼬막의 진한 육즙이 적당히 나눠졌다.
찐한 국물 맛을 보기 위해 참꼬막을 찾는 이들도 있다. 호흡을 가다듬고 ‘쪽~~’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셨다. ‘캬’. 감탄사는 절로 새어 나온다. 알알이 꽉찬 살들이 크고 굵직하다. 입안에서 여러 차례 씹으면 처음에는 짭조름한 맛을 음미하게 되고, 시간이 약간 지나면 담백하면서도 다소 단 맛을 느낄 수 있다.
“아가씨·아줌마. 참꼬막 맛나다고 손톱으로 그냥 까다간 흠집 생긴께 조심하쇼”. 주인장의 말이다.
식욕이 앞서다 보면 손톱이 깨지는 경우도 있는 법. 그래서 이쯤에서 힘들이지 않고 꼬막을 까는 노하우를 전수하겠다.
꼬막을 정면에서 보면 뾰족한 쪽에 힘줄이 있다.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아래 둥근 부분에 젓가락을 살포시 집어넣고 벌려주면 손톱 상할 리 없고 애써 힘쓸 필요도 없이 자연스레 꼬막이 까진다.
이때 힘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세게 힘이 들어가면 꼬막 껍질만 부서져 꼬막도 마음의 상처를 입고 까는 이도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그래서 적당히 힘조절을 해야 한다. 특히 꼬막을 깠을 때 살점이 한쪽 껍데기로 붙어야지 살점이 찢어지면 그 맛은 반감이 되니 조심히 까야 한다.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 것 같다.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가득 차려진 식탁을 보았다. 20가지 반찬을 보니 침이 꿀꺽.
삶은 참꼬막을 비롯해 꼬막전, 꼬막 회무침, 꽃게탕 등 즐비하다. 노르스름하게 익은 꼬막전을 입에 넣었다. 고소하고 알싸한 맛이 입안에 가득이다. 정말 부드러웠다. 맛은 한마디로 요즘 젊은 세대 내에서 많이 쓰는 ‘짱’ 이었다.
인심 좋은 사장님에게 조금만 더 달라고 애교 한번 날려주면 기분 좋게 한 접시 내오기도 한다. 안주인장도 바로 옆에 있으니 너무 강한 애교는 오히려 역효과. 금술 좋은 부부사이에 금이 갈리도 만무하지만 안주인장에게 되레 혼날지도 모르니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길.
또 꽃게 한 마리가 가운데 떨석 자리하고 있는 꽃게탕. 너무 편안한 자세로 있기에 ‘요런 괘씸한 녀석을 봤나’라는 생각이 들어 녀석을 잠시 해부해 국물과 함께 맛을 봤다. 가득찬 꽃게 살과 개운한 국물 맛이 사람 넋을 홀랑 빼내가는 듯 한 느낌이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회무침 비빔밥. 원래 인심 좋은 집이라 꼬막을 많이 넣어 준다. 여기에 갖은 재료를 마구 넣어 공기 한 그릇 추가해 마구 비벼 먹으면 그 맛이 최고.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조용하니 숟가락이 입속으로 향하게 돼 있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후식으로 유자차가 제공된다. 큰 통에 가득 담겨있으니 진하게 먹고 싶다면 마음껏 컵에 담아가면 된다.
벌교 ‘제일회관’은 참꼬막 데친 것에서부터 시작해 꼬막 전, 꼬막회무침, 회무침 비빔밥까지 나오는 꼬막정식 요리를 1인당 1만5천원에 팔고 있다.
또 가게 주인장이 직접 만든 ‘아구사리 잡젓’ ‘유자차’도 구입할 수 있어 음식 맛도 보고 구입도 할 수 있다.
주말에 ‘제일회관’을 찾을 경우 예약은 필수. 찾는 이들이 많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밖에서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
꼬막에 한창 살이 오르는 요즘 벌교 갯벌에서 뻘배질을 하는 아낙네들을 풍경도 관광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문의=061-857-1672)

박정태 기자 psy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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