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남구 봉선동‘청산리 면옥’
감미롭고 부드러운 메밀 맛 환상적
봉평산 재료 사용해 건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한 대목. 소설 속 무대로 등장한 봉평의 메밀을 이제 광주에서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그곳은 바로 ‘청산리 면옥’(대표 차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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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강원도에서는 손님이 찾아오면 맷돌에 메밀을 갈아 가루를 내어 반죽한 후 국수틀에 눌러서 별다른 양념 없이 손님에게 대접했다. 시원한 김칫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는 막국수가 바로 그것. 주로 간식이나 긴 겨울밤의 야식으로만 먹던 막국수가 이제는 입맛을 찾아주는 별미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남구 봉선동에 위치한 ‘청산리 면옥’. 차 대표는 강원도 출신. 그래서 막국수에 대해 더욱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혼자서 맛있는 막국수를 먹기에 너무나 아까운 나머지 주인장은 본격적으로 광주에 봉평 메밀 막국수를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주재료인 메밀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고 넘어가는 게 순서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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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땅에서도 싹이 잘 트고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적응하는 힘이 강한 메밀은 서늘하고 알맞게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 잘 자란다. 메밀의 종류에는 이른 씨뿌림(早播)에 적응하는 여름메밀, 늦은 씨뿌림(晩播)에 적응하는 가을메밀, 그리고 그 중간 성질을 가진 중간형으로 구별된다.
메밀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B1·B2, 니코틴산 등을 함유해 영양가가 높고, 특히 섬유소 함량이 높고 루틴이 들어 있어서 구충제나 혈압강하제로 쓰이기도 한다.
메밀의 약효는 한의학 고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찍이 이제마 선생이 창안한 사상체질 의학에서는 메밀이 태양인 체질에 좋은 한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메밀이 비위장의 습기와 열기를 없애주며 소화가 잘되게 하는 효능이 있어 1년 동안 쌓인 체기가 있어도 메밀을 먹으면 체기가 내려간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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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메밀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기억력을 좋게 하여 각종 성인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
또 여성의 대하증 또는 몸에 열이 많아 머리에 부스럼이 계속 생기거나 피부에 종기가 생기는 경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봉평산 메밀 막국수 탐색에 나서보자. 막국수의 ‘막’은 ‘국수를 막 뽑아서 지금 바로 만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땅, 우리 먹거리를 살려 ‘진짜 웰빙’을 보여주겠다는 주인장 차동욱씨의 마음이 고스란히 배인 음식에는 강원도 봉평의 메밀 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메밀이 주된 재료인 만큼 이 집의 인기 메뉴는 봉평산 메밀 막국수와 메밀 묵사발, 돼지 양념갈비.
제조과정부터 재료까지 웰빙인 메밀 막국수의 면발은 손수 반죽하고 직접 뽑아내 메밀의 부드러움을 살렸고 매번 새로 담는 각종 김치는 신선함이 살아있었다.
국수의 맛은 뭐니 뭐니 해도 국물. 이 집은 육수는 고기를 사용해 만든게 아니라 오로지 과일과 야채로만 국물을 우려낸 것으로 ‘웰빙 보양식’ 육수로 깔끔함과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뜨거운 물에 삶아서 냉수에 잘 헹궈진 사리가 김치, 깨, 김가루, 오이 채 등의 갖은 양념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 이내 상에 오른다. 육수 또한 시원하게 잘 빼네 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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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은 “좋은 음식을 찾는 직장인과 까탈스런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고 한다.
메밀 막국수는 어떤가? 나오는 순간부터 침이 고이는 막국수를 젓가락으로 살살 저어 입에 넣으면 아무런 여과 없이 시원함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다음은 메밀 묵사발. 두툼하게 잘린 묵이 미식가를 유혹한다. 메밀묵 녀석들은 밀도 높게 잘 녹아있어 젓가락의 갖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메밀묵 그 형태를 변함없이 유지한다.
메밀 묵사발의 육수는 메밀 막국수의 육수 맛과는 사뭇 다르다.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이를 어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다. 일단 궁금하면 먹어보는 게 상책.
40년 경력 주방장의 말을 빌리자면 “다 조리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법은 알려주지도 않아 약간 섭섭하긴 했지만 맛이 좋으니 넘어가는 수밖에.
젓가락이 손을 향한 곳은 돼지 양념갈비. 참숯과 구리 석쇠를 이용해 갈비가 타지 않고 골고루 익도록 신경을 썼다. 양념도 잘 재워 맛이 고소하고 씹히는 맛도 일품이다.
‘돼지 양념갈비야 그 맛이 다 그렇지 뭐’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소스에 갖은 재료를 넣고 쌈을 해서 먹어보면 천하일미 임을 반드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 오면 먼저 돼지 양념갈비를 먹고 메밀 막국수 내지 메밀 묵사발을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시원하고 깔끔하게 뒷마무리를 하면 더 좋을 듯 싶다.
참고로 ‘청산리 면옥’은 강원도 봉평 농협이 100% 인증하는 국산 메밀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다. (문의=062-652-9252)

사진/신광호 기자 s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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