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동림동‘미연가든’
우리밀 사용…정성 담아낸 육수 맛‘담백’
전복·새우·해삼·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어 따뜻한 국물이 애타게 기다려진다. 더러는 눈발도 날리고 잊혀진 계절이 다시 찾아오는 느낌이 들어 자동차를 타고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시청 앞에서 빛고을로를 타고 고속도로로 향하던 중 오른편에 흰색 건물이 눈에 띠어 잠시 발길을 멈췄다. 배도 출출하고 전날 과음한 탓에 속을 달랠 겸 ‘미연가든’(대표 김명숙)에 들어섰다. 뭘로 속을 채울까 고민하던 중 김 대표가 전복 수제비와 복탕을 권하기에 음식을 주문했다.

황룡강을 끼고 달리는 빛고을로는 저녁 야경이 참으로 멋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첨단의 화려한 내온 불빛과 상무지구, 빛고을로 조명이 밤하늘을 빛으로 수놓고 있다.
자동차는 어느새 경사로를 올라 야경이 멋지게 내려다보이는 ‘미연가든’ 앞에 다다랐다. 가게에 들어서니 안주인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달갑게 객을 맞는다.
차림표를 보고 잠시 머뭇거리자 김 대표가 전복 수제비를 권했다. 그는 이어 전날 과음을 했는지 묻고 속풀이용으로 복탕도 끝내준다고 연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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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하고 음식을 상에 오르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밑반찬이 등장했다. 마늘쫑, 콩자반, 무, 겉절이, 김치, 고추 등 다양한 음식이 상을 가득 채웠다. 밑반찬으로 오른 음식들은 모두 김 대표의 남편이 직접 남새밭에서 키운 채소들로 만들어졌다.
주문한 전복 수제비가 뽀얀 육수를 드러내며 상에 올랐다. 전복, 새우, 김, 계란, 파, 굴, 해삼 등 다양한 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예쁘게 모양낸 계란도 입맛을 돋웠다.
뭐니 뭐니 해도 수제비는 육수가 생명이라. 김 대표가 주방에서 만들어 낸 해물육수는 기존의 조미료가 가미된 육수와 차원이 달랐다.
그는 “저희 가게는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음식 맛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다.
맛집으로 정평이 난 가게 주인들은 대게 조리 비법을 공개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곳 가게 주인장은 남들에게 맛있게 조리하는 비법을 과감하게 일러준다.
먼저 육수의 비법은 황태머리와 대파 뿌리, 보리새우 등에 있다. 주로 멸치를 우려내 육수로 만들어 낸 기존의 비법과는 다르다. 위에서 말한 재료 외 다양한 식재료를 넣어 장시간 팔팔 끓여 육수를 만들어 낸다. 또 여기에 들어가는 밀 또한 순수 우리 밀을 사용해 맛을 더하고 있다. 밀가루가 원재료인 수제비는 역시 반죽이 중요한 관건이다. 1차 가공된 우리밀가루를 잘 반죽한 뒤 물이 너무 뜨겁거나 차지 않을 적당한 온도에 맞춰 부지런히 손 반죽을 한다. 수제비 반죽은 만졌을 때 부드러운 느낌이 손에 전해질 때가 제대로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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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수제비’. 해물 수제비는 많이 들어 봤지만 따로 ‘전복 수제비’라 명명한 까닭이 있을 법하다. 전복은 일명 ‘천리광’이라 하고 껍질에 구멍이 아홉 개가 있는 것을 ‘석결명’이라고 해 눈을 밝히는 약이요, 단백질, 글루타민 산로이신, 알기닌 등이 아미노산이 풍부해 독특한 맛을 낸다. 장복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눈이 막아지며, 정력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일단 진하게 우려낸 육수를 맛봤다.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아 순수 담백한 맛이 그대로 전해져 속이 얼얼하다. 전날 과음한 속이 한꺼번에 달래진다. 쫀득한 수제비와 다양한 해물을 얹어 먹다보니 어느새 한 그릇이 뚝딱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등장한 복탕. 생긋한 기운이 감도는 미나리와 김치를 잡아 오득오득 씹었다. 복은 아직까지 양식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김 대표는 필요한 양만큼 매일 살아있는 복을 주문한다고 한다. 이집이 생복만 사용한다는 증거는 바로 ‘애’. 말만 잘하면 갓잡아 올린 복에서 빼낸 ‘애’도 맛볼 수 있다.
김 대표는 “냉동 복은 퍽퍽하고 맛이 없어서 생복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은 우리 조상들이 예전부터 생활의 지혜로 활용하기도 했다. 복껍질이 바로 그것.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빚은 후 통에 남았던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복껍질이 사용됐다. 아무리 지우고 지우려 해도 잘 벗겨지지 않는 때. 우리 조상들은 물과 함께 복껍질 한 조각만 넣어 막걸리 통을 깨끗이 씻어내는 지혜로움을 보여 왔다. 그만큼 복이 해독작용에 강한다는 걸 증명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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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유명한 복집의 가격은 1인분에 보통 2만원선이다. 그러나 이곳은 생복만을 고집하면서도 1인분에 1만원이다. 주인장은 돈에는 욕심이 없고 좋은 음식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맛에 식당을 운영한다.
과거 광주시내 법원 앞 ‘황복식당’으로 이름을 날렸던 가게 주인장도 이곳을 직접 방문해 맛을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이름난 복집 대표는 다 알고 있다고 한다.
가게 음식 맛도 일품이지만 값이 너무 저렴해 부담 없이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주변 친구들과 연인, 회식 자리로도 손색이 없다. 또 단체 손님을 위한 노래방 기계도 마련돼 음식 맛도 보고 가무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꽃샘추위의 맹위를 떨쳐버릴 만큼 매력적인 ‘미연가든’으로 초대한다. (문의=062-511-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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