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황금동 ‘천지쌈밥’
머위대·불미나리·갓 초무침 등 풍성
‘쑥국’별미…양념 돼

봄의 전령들이 곳곳에서 꽃망울을 터트렸다. 길거리 여성들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다. 나른한 오후 춘곤증도 찾아왔다. 입맛도 떨어지니 봄은 봄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광주 황금동 골목길. 하얀 목련과 선홍빛 진달래가 만개한 ‘천지쌈밥’(대표 오명옥) 가게 앞. 길거리에 요란한 음악과 현란한 네온 간판 사이로 하얀 목련과 선홍빛 진달래가 핀 아담한 가게 풍경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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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관한 속담 중 ‘봄비가 많이 오면 아낙네 손이 커진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봄에 비가 많이 오면 밭작물의 생육이 좋아지고, 모심기도 잘돼 풍년이 들어 아낙네들의 씀씀이가 커진다는 뜻이다.
아낙네가 된 심정으로 들녘과 남새밭에서 싱싱하게 자란 봄나물의 향을 만끽하고 싶어 주머니 사정 개의치 않고 무작정 가게 수소문에 나섰다.
‘천지쌈밥’에 다다랐다. 이곳은 주인장이 매주 일요일 화순 유촌리 모우산 일대에서 향긋한 봄나물을 직접 캐와 손님들에게 제공하기로 이름난 곳이다.
가게 메뉴는 단 2가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사람은 ‘쌈밥’을 주문하고, 돈 좀 있고 목에 힘 좀 쓰고 싶은 사람은 ‘조기정식’을 시키면 된다.
안주인 오씨는 “2가지 모두 잘한께 걱정하지 말고 맛나게만 잡사 봐. 우리 집 음식은 먹으면 먹을수록 복도 많이 들어온께 배 터지게 묵고 가쇼”라고 말한다.
‘천지쌈밥’ 음식의 특징은 싱싱한 나물과 천연 조미료 사용이다. 김장김치를 담글 때도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나그네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쌈밥’을 주문했다. 쑥국을 비롯해 불미나리 초무침, 머위대, 시래기나물, 고사리, 갓 초무침, 자반 볶음 등 20가지 음식이 나왔다.
또 쌈해 먹을 야채로 쑥갓, 상추, 가랏, 고추 등이 제공되고 집에서 직접 담근 조선된장도 먹음직스럽다.
쌈에 들어가는 돼지고기 또한 영양을 고려했다. 한약재를 먹인 돼지고기에 마늘, 생강, 무 등 갖은 양념을 갈아 넣고 얼마간 재운 뒤에야 비로소 손님 상에 오른다.
겨우내 얼어붙은 식객의 입맛은 자연스레 상큼한 봄나물을 향해 떠났고, 마침내 머위대와 불미나리, 원추리 산나물과 같은 알싸한 야채들 앞에 이르렀다.
쑥의 진한 향기가 담긴 쑥국과 함께 야릇하고 향긋한 봄나물이 무덤덤한 촉각을 곤두세워 식욕을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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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무침은 그냥 먹어도 되고 상추에 돼지고기를 얹어 쌈으로 먹어도 좋다. 순수 야채여서 부담이 없다.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머위대 나물. 불미나리 초무침은 고소하고 향이 진해 입과 혀 전체를 혼미하게 만들었다. 또 미나리 뿌리는 잘게 잘게 씹히는 재미까지 더해져 맛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갓 초무침은 새콤한 맛이 가득해 식욕을 자극하게 만든다. 원추리 산나물에다 초장을 살포시 찍어 입에 쏙 넣으면 부드럽고 탄력이 넘친다.
‘월담초’라 불리기도 한다는 부추도 감칠맛이 난다. 부추는 예전부터 몸에 좋기로 유명하다. ‘많이 먹으면 힘을 억제하지 못해 담을 넘어 다른 곳에서 힘쓴다’는 뒷이야기도 상당히 관심을 끈다. 부추는 또 집을 허물고 가꾸는 채소라 해 ‘파옥초’라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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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장의 가게 자랑이 연신 이어진다. “우리 집 음식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싼 이유가 다 있어라. 내가 산에서 나물을 직접 캐 온 것을 사용한께 나물 값이 안 들어가. 특히 머위대나 불미나리, 갓 같은 야채들은 시장에서도 비싸게 거래된께 보통 웬만한 식당에서는 보기 힘든 음식이제.”
‘천지쌈밥’의 쌈밥정식은 1인분에 6천원, 조기정식 1인분은 3만원이다. 가게는 젊은 연인들에서부터 나이 드신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가지고 있다. 유기농 야채만을 즐기는 단골손님도 따로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 가게는 손님들로 넘쳐난다. 밖에서 번호표를 받고 대기해야 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4인 이상 오면 홍어나 석화 등도 서비스로 제공된다.
최고의 음식 맛과 저렴한 가격이 ‘천지쌈밥’의 매력이다. (문의=062-226-9084)
사진/신광호 기자 s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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