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람들의 소비성향이 이와 흡사하다는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나왔다. 광주 사람들이 구매력은 전국 5대 도시중 꼴찌이면서도 골프연습장, 헬스클럽, 노래방 등을 드나들기는 최고를 달린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광주가 전형적인 소비도시라는 것.
최근 국내 굴지의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이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대상이 3천500명(광주 600명 포함)이나 되는 대규모 조사였다.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 신뢰도도 95% 구간에서 표본오차가 +,-1.7%에 불과할 정도다.
이 조사에서 우선 관심이 가는 대목은 구매력지수. 은행 수신고, 총 가구 월소득, 총 자동차세, 유흥업소 수, 소매점 수 등을 감안한 구매력을 지역별로 지수화 해보자는 것이다. 결과는 서울을 1로 잡았을 때 광주지역은 0.14로 맨 꼴찌. 시세가 비슷한 대전(0.17)과도 확연히 차이 난다. 광주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서울의 1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광주사람들의 지갑이 가장 얄팍하다는 의미다.
그러면 그만큼 덜 쓰고 살까?

대답은 천만의 말씀이다. 각종 서비스 이용현황이 그걸 웅변한다. <표 참조> 아직도 부유층의 운동이라는 느낌이 앞서는 골프연습장을 보자. 광주 사람들의 출입이 가장 잦다. 연평균 1.8회로 서울의 1.2회를 훨씬 능가한다. 부산(0.7회)이나 대전(0.9회) 사람들은 1년에 한 차례도 못간다.
헬스클럽 출입도 가장 잦다. 초호화 고급 헬스클럽인지는 불분명하지만 1년에 평균 4.8회는 간다는 것이다. 오히려 서울 사람들이 의외로 헬스클럽에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연평균 2.9회로 5대도시중 꼴찌다. 부산(3.8회), 대구(3.3회), 대전(3.0회) 사람들도 4차례 미만이다. 볼링장이나 수영장 출입도 조사됐다. 결론은 마찬가지. 5대 도시중 단연 1위다. 분석가들은 이같은 결과를 완곡하게 표현했다. 광주 사람들이 유달리 건강에 신경쓰는 편이라고.
정말 그럴까? 대답은 역시 ‘No!’.

광주사람들은 비싼 카페나 커피점에 드나들기를 유달리 좋아한다. 연평균 12.6회로 1위다. 2위인 대구사람들이 겨우 10.8회니 이 정도면 거의 ‘발군’ 수준이다. 가장 덜 가는 사람들은 대전 사람들이다. 연 평균 7.2회에 불과하다.
광주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경향도 비싸고 고급스러운 곳을 선호한다. 단란주점, 생맥주집과 포장마차 등을 비교해보자. 광주가 언필칭 문화의 도시임을 자부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해서 보자. 그럼 낭만이 있다는 포장마차에 자주 갈까? 대답은 이번에도 ‘아니올시다’이다. 광주사람들은 연평균 4.2회 정도 포장마차에 들른다. 부산(3.8회) 사람들보다 조금 더 자주 갈뿐 뒤에서 두번째로 안 가는 편이다. 대구(5.3회), 서울(4.7회), 대전(4.4회)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자주 간다는 것이다. 조금 비싼 생맥주집은 어떨까?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자주간다. 연평균 열 차례를 웃돈다(10.4회). 꼴찌인 대전 사람들(6.5회)과는 확연한 거리감이 있다. 훨씬 비싼 편인 단란주점은 정말 돈이 없어 못가는 편일까. 이것도 대답은 ‘꿈 깨!’다. 광주 사람들은 연 평균 2.8회 단란주점에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1.9회)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 그래도 1위다.

광주지역 젊은층들은 어떤 소비패턴을 보일까?
결론은 대동소이하다. 우선 PC방 출입이 먼저 눈에 띈다. 1년에 평균해서 11회 정도(10.9회)는 들른다. 이것도 다른 도시들을 앞선다. 부산, 대구사람들이 9회 정도니 인터넷 정보화 수준이 앞섰다고 자위할 수 있을까. 그것도 조금 어려울 것 같다. 퇴폐성이 강하다는 여론의 질책을 받는 비디오방 출입을 보자. 연평균 2.9회로 이것도 다른 도시를 앞지른다. 비디오방은 서울(1.6회)보다는 지방도시들에서 출입회수가 높게 나타난다. 만화방은 오히려 덜 가는 편이다. 연평균 출입회수가 3.3회로 뒤에서 두번째다. 그러나 나이트클럽은 자주가는 편(2.1회)에 속한다. 대구(2.4회)에 이어 두번째로 자주 간다.
희한한 것은 이런 경향을 종합한 결과다. 광주 사람들은 돈은 없지만 소비성향이 높으니 기업들이 장사하기 좋은 지역에 속할까? 대답은 이것도 부정적이다. 구매력, 정보화 경향, 광고 관심도 등으로 종합한 마케팅 매력지수는 5개 도시중 뒤에서 두번째 다. 서울을 1로 쳤을 때 0.69 정도다. 부산(0.78), 대구(0.72)에 비하면 작은 격차가 아니다.

그럼 광주사람들 자신은 얼마나 만족하면서 살아갈까?
문화·예술, 언론, 기업활동, 치안·범죄예방 등 9개 사회분야별로 나눠보자. 이 조사는 먼저 광주를 남구권(서구+남구+광산구)과 동구권으로 나눠 보았다. 5대도시 전체로는 19개 상권으로 분류했다.
광주 사람들은 대체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그러나 기업활동, 환경보호·감시 분야에서는 중하위의 만족도에 그쳤다. 변변한 기업도 없으면서 환경문제로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고나 할지. 구체적으로 보자. 광주 남구권 사람들은 교육문제에 가장 만족하고 있다. 다른 도시 상권 사람들에 견주어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나머지 6개 분야에서도 상위권의 만족도를 보인다. 머너 문화·예술분야에서는 남구권이 두번째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과학·기술, 치안·범죄예방 두 분야에서는 남,동구권이 나란히 2,3위의 만족도를 보인다. 전체적인 사회풍조 측면에서도 남구권 사람들은 세번째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그 결과 남구권 사람들이 동구권 사람들보다 9개 분야 모두에서 더 만족하며 살아간다. /최영소기자cys@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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