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은 대학의 경쟁력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국가경쟁력 향상에 미친 공헌도가 전세계 주요 47개국 중 꼴찌라는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의 보고서는 우리대학 경쟁력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 대학은 경쟁력과 거리가 먼 ‘백화점식’양적 성장에 맹목적으로 치중해온데다 우리 사회도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제대로 노력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대학 경쟁력이 허약해진 데는 열악한 교육여건도 문제지만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력을 쌓기보다 ‘대학 서열화’의 현실에 안주해온 대학 풍토가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오는 2006년까지 7년동안 1조4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지만, 대학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성큼성큼 달아나는 선진국 대학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지역 대학들은 새로운 천년의 문턱에 진입하면서 교육 수요자의 급격한 감소와 수도권 대학들의 ‘전국화 전략’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광주·전남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경쟁력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실태와 원인, 대책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지역 대학의 실태
지난해 9월 중앙일보사가 실시한 전국대학 평가결과 교수연구수준 상위 10% 대학에 이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전남대가 포함됐다.
교수연구수준을 비롯 교육여건·대학재정·평판도·정보화·사회배려·교육개혁 등 모두 7개 항목에 걸쳐 실시된 이번 평가에서 전남대는 교수연구와 정보화에서 상위 10% 대학에 들었을 뿐 나머지 항목에서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또 목포해양대가 교육여건과 교육개혁 등 2개 항목에서 상위 10% 대학에 포함됐을 뿐 어느 평가항목에서도 지역대학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00학년도 전국 대학 신입생 모집 결과 전체 정원 35만8천386명의 2.2%인 7천877명이 미달됐다.
이중 전남지역 대학은 정원 1만3천681명 중 2천645명을 뽑지 못해 미충원율 19.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남의 한 대학은 정원 2천234명의 44.9%인 1천4명을 뽑지 못했고 또다른 대학의 경우 정원 1천853명의 24.2%인 449명이 미달됐다.
올해에도 광주·전남을 통틀어 17%의 미충원율이 예상되고 있으며 오는 2003년에는 50% 이상까지 예상되는 등 대학의 위기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따라 2002년부터 지역의 소규모 대학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 30% 이상이 폐교 위기에 처하게 되고, 2003년부터는 50% 정도의 대학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와함께 지원자수 감소 및 정원부족 등으로 교수 법정책임시수(9~12시간)를 채우지 못해 폐과하는 학과가 속출, 해당교수 퇴출이라는 극한상황까지도 예견되고 있다.
특히 매년 광주·전남 고교 졸업자 가운데 14.2%인 9천여명이 서울 등 타지역으로 진학함에 따라 등록금 의존율이 60~70%에 달하는 지역대학의 재정은 더욱 황폐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대학 경쟁력 저해 요인
광주·전남지역 대학들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교육수요의 감소와 고교 졸업생의 높은 타지역 대학 진학률, 정부의 차별적인 재정지원정책, 수도권 대학들의 전국화 전략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 요인 못지않게 지역대학들이 갖는 내적인 문제도 경쟁력을 저해하는 주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열악한 교육여건을 들 수 있다.
전남대의 교수확보율은 72.2%로 성균관대 90.9%, 서울대 87.5%, 연세대 79.8%, 고려대 78.7%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그래도 전남대의 상황은 양호하다. 조선대의 경우 교수확보율 50%를 간신히 넘기고 있으며 나머지 대학들은 40%대의 교수확보율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특정학교 출신자 임용제한조치에도 불구하고 전남대, 조선대 등 상당수 대학이 자기대학 출신 교수 임용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
본교출신 교수 선호도를 보면 조선대가 73.2%, 전남대 50.2%로 나타나고 있다.
‘연구하지 않는 교수’도 문제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대학 SCI(과학논문인용색인) 논문수 비교’를 보면 서울대가 94위(1천671건)를 기록한 것을 비롯 한국과학기술원 155위(1천239건), 연세대 249위(777건), 포항공대 335위(541건), 고려대 367위(484건), 한양대 435위(376건)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전남대는 98년 한햇동안 334건의 연구논문을 등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선대는 133건을 등재했다.
교수들의 낮은 연구력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해줄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 편중돼 있다.
지난 96년 이후 정부가 전국 국·공·사립 187개 대학에 지급한 국고보조금을 보면 서울대와 연·고대가 전체 보조금 1조1천600여억원의 14.5%를 차지하고 있다.
또 이들 3개 대학을 포함한 전국 주요 20개대학이 전체의 49.6%인 5천776억원을 지원받았으며 이 가운데 서울대가 752억원으로 가장 많은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이에 비해 지난 96년 이후 4년동안 10억원 이하를 지원받은 대학이 전체의 27.8%인 52개나 되는 등 정부의 재정지원이 균등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지역대학의 발전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
그동안 우리 대학은 세계의 대학들과 경쟁하기보다 수능시험성적으로 자리매김되는 ‘서열’에 안주, 자기발전을 위한 노력을 외면해왔다.
또한 열악한 지역여건과 교육수요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한 대학 설립과 학과 개설을 추진, 위기를 자초했다.
대학의 경쟁력이나 학생들의 졸업후 진로보다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학생모집이 최대의 관심사였으며, 학생모집 결과가 곧 그 대학의 경쟁력이나 되는 듯 부산을 떨었다.
이 때문에 국내 최고라는 서울대도 세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으며 지역 거점대학을 자부하는 전남대의 경쟁력도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우리의 대학 현실을 진단하며 잘못된 입시제도와 지역소외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연구 안하고, 도전하기 싫어하고, 그 교수에 그 제자만 키우는 교수’들에게는 왜 문제가 없는가.
대학은 그 사회 창의력의 요람이자 지역 발전의 모체이다.
미국 대학사회의 ‘생존법칙’은 ‘연구논문이 실리지 못하면 사라져라’이다.
연구실적의 양과 질을 부단히 평가받고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로부터 또한번의 평가를 받는다. 해묵은 노트로 판박이 강의를 하면서도 ‘교수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대학의 경쟁력은 입학 때의 성적이 아니라 졸업 때의 성취에 좌우된다.
우수한 두뇌를 뽑아 4년뒤 ‘바보’로 만들어 사회에 내보내는 교육환경 아래서 우리의 미래는 암담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역대학의 구조개혁은 기업의 그것보다 더욱 절박한 과제다.
/김옥현 기자 ko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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