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현 광주신세계백화점장

요즘 주부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것 중 하나가 김치냉장고다.
아파트 한쪽 그리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가족들이 겨울내내 맛있는 김치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놀라운(?) 기능이 있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이 김치냉장고의 경우 좀더 다른 의미가 있는 듯하다. 이른바 장독의 현대화다.
우리의 음식은 정성과 숙성 과정을 거치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렇지 않으면 참 맛을 느낄 수 없다.
된장과 간장, 고추장, 젓갈류와 같은 한국적 조미료도 장독안에서 오랫동안 숙성돼야 제 맛이 나온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기억에 소복이 눈에 덮여 있는 고향집 장독대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도 장독 안에서 익어가는 그 맛에 대한 애정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나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거문화의 변화에 따라 장독은 비실용적이며 맛을 위해 고집하기에는 거추장스러운 도구가 된지 오래다. 그래도 맛 좋은 김치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기어이 아파트 앞 빈 땅을 찾아내 독을 묻고 한 포기씩 꺼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이것도 점차 사라져 김치는 서양식 냉장고 안에서 머물며 다른 음식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 운명이 됐다.
이같은 현실을 단번에 해결한 것이 바로 김치냉장고의 등장이다.
맛과 실용성이라는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손 맛’을 디지털화 했다. 그리고 김치를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도 김치냉장고가 수출이 되면서 김치 시장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전통음식을 상품화하려는 노력은 최근 10년동안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아직 세계적인 인기음식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사실에 비춰볼때 중요한 진전이다.
이를 계기로 전통의 맥을 이어가면서도 현대화시킬 수 있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장독을 현대화시킨 김치냉장고 같은 히트상품이 많이 개발돼 우리의 우수한 음식문화를 전 세계인이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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