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진 매화꽃 위로 눈이 쌓였다고 겨울로 되돌아 갈 수 있단 말인가? 눈발에 못이겨 꽃잎이 시들었다고 봄이 멀다 할 수 있을까.
계절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법. 이미 봄이 상륙해 버린 남국은 이미 꽃잔치를 벌이고 말았다.
섬진강변 매화는 이미 절정을 지나 결실을 맺기 시작하고 ‘백두대간’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도 점차 화사함을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꽃을 시샘하는 탓이었을까. 차라리 그 눈발을 보지 않았던들….
아니다.
차라지 눈 때문에 꽃이 더욱 화사함을 발하고 있다.
뒤늦게 불어닥친 추위가 꽃을 더욱 그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말,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한발짝 물러난다니 또다시 길을 나서볼 기회다, 화신을 쫓아.
그 감동은 더욱 깊게 다가오리라.
매화·산수유가 서서히 시들해지는 요즘, 진달래가 봄의 여왕임을 뽐낸다.
그 화려한 자태로 남녘을 점차 불그스레 물들이고 있다.
연두색 옷을 갈아입기 직전인 남녘 산하는 바야흐로 진분홍 진달래가 그야말로 ‘봄’임을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봄의 화신, 매화. 그 뒤를 이어 진달래가 그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중략>

새색시의 연분홍 치마폭을 둘러쓴 듯 분홍으로 물들은 남녘산.
오르다 보면 소월의 시 ‘진달래’는 누구나 한번쯤 되새겨볼 노릇이다.
‘진~달래, 오 오 진~달래’
무심코 콧노래도 진달래다.
조심해도 옷깃에 스쳐 떨어지는 진달래 꽃. 진달래가 피어 있는 산길, 사뿐히 즈려 밟은 들 그 고운 꽃잎이 어찌 이지러지지 않겠는가. 연하디 연한 꽃잎이라 상할까 이지러질까 걱정 마저 앞서지는 않을까.
두견새가 목놓아 울다가 토한 피가 물들었다고 해 ‘두견화’라 했던가.
다음 주말 절정을 이룰 것이라는 여수 영취산 진달래.
여수시 북동쪽에 있는 높이 야트막한 산이지만 이 지역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진달래 산이다. 30∼40년생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이 온통 진달래 천지가 된다. 진달래꽃 군락지로 국내 최고. 마치 호랑이 없는 골짜기에 여우가 왕노릇하듯 철쭉이 오기전에 그 화려함을 가장 뽐내고 있다. 영취산서도 가장 매력적인 곳은 정상 북동쪽으로 뻗은 산줄기 중간의 봉동(450m)의 남북사면 일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진달래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여천공단쪽으로 접어들어 흥국사 이정표~흥국사~봉우재~정상까지 오가는데는 얼추 3시간이면 족할 듯.
산이 온통 진달래로 뒤덮여 있어 굳이 등산을 하지 않고 차를 타고 여천공단을 돌아 임도를 타고 봉우재까지 올라가도 수월하지만 기왕 집을 나설 바에야 흥국사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가벼운 산행에도 좋다.
산행이 아쉬운가.
여수는 해산물의 집산지. 비릿한 내음이 코를 찌르지만 다양한 먹거리가 널려 있다.
여천공단에서 나와 여수까지는 20여분. 여수 어항단지 인근에는 바다를 끼고 있는 횟집들도 즐비하다.
점심을 곁들인 식도락의 묘미를 즐기고도 여유가 있다면 돌산까지 내달려 볼 노릇.
탁 트인 바다, 바다를 끼고 도는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의 묘미를 더해준다. 게다가 향일암이 있다. 동이 트는 새벽녘이 아닌 터라 아쉬움이 있겠으나 가슴까지 밀려오는 묘미는 또다른 여행의 제맛을 주리라. 향일암이 아니라도 좋다. 무술목에 자리잡은 전남 해양수산종합관. 해안의 몽돌도 영인들의 인기를 얻고 있지만 룡뼈부터 다양환 해양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관은 아이들에게 있어 살아있는 자연학습장. 어디 이 뿐이랴. 돌산의 명물 ‘돌산갓’은 빼놓을 수 없는 특산품으로 봄철 입맛을 돗구기에도 제격이다. 하루 나들이가 빠듯할 지경이다.
사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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