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국경의 벽이 엷어지고 국가간 경쟁에서 도시 간 경쟁체제로 변하면서 도시의 국제화가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지역의 국제화를 평가하는 지표로 공항·항만 등 교류기반, 출입국자 수, 국제회의 개최 건수, 관광호텔 수, 외국인 기업 수 등이 흔히 활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경제적 지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지역이 얼마나 국제적 규범을 일상의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준수하느냐가 지역의 국제화 정도를 가늠하는 핵심적인 지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훌륭한 국제공항과 호텔이 존재하더라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규범상 이질감을 느끼고 이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한다면 국제화된 도시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2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가 큰 관심사여서 학교에 갔다 오면 오늘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을 했는지 묻곤 하였다.
아이가 오늘은 도어홀더(Door holder, 문잡이)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점심식사를 위해 카페테리아로 이동할 때 친구들을 위해서 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이 매너차원이 아니라 의무처럼 여겨지는데 이러한 것들이 어렸을 때부터의 교육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재채기를 할 때면 우리처럼 손으로 입을 막지 않고 소매로 입을 가린다. 손을 통해 감기 등이 전염되는 것을 고려할 때 참 위생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눈이 마주치면 비록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가벼운 미소를 보내거나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나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우리와 달리 식사 중에 코를 푸는 행동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하다. 평소에 고상한 여성 목사님이 식사를 하면서 전혀 거리낌 없이 코를 푸는 모습에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나라마다 문화와 관습이 다른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문화나 관습을 일반적인 국제규범이라고 정의할 수 없지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준다든지, 재채기를 할 때 손이 아닌 소매로 가린다거나, 낯선 사람일지라도 미소를 보이는 것은 많은 국가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국제규범이라 할만 하겠다.
우리시는 금년 10월에 UEA(도시환경협약) 광주정상회의, 2013년에는 외국인만 1만 명이 참여하는 JCI 아시아태평양대회, 2014년에는 수소에너지 대회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하면서 국제도시로 발 빠르게 변모해가고 있다.
광주가 진정한 국제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가 국제사회에서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규범들을 습득하고 생활속에서 실천해감으로써 광주를 찾는 외국인들이 정서적으로 동질감과 편한 함을 느낄 수 있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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