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모처럼 고향에 갔습니다. 그렇게 멀지도 않은 거리에 고향을 두고도 자주 찾지 못하다가 찾은 고향길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의논한 끝에 이번만큼은 버스를 타고 다녀오기로 하고 간단한 차림으로 나섰습니다. 늘상 승용차로만 다니다가 오랜만에 버스를 타는 기분은 홀가분하면서도 여유가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출발 때에도 승차객이 적어 저마다 한켠씩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간혹 가다가 버스가 서기도 했습니다마는 오르고 내리는 사람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옛날 같으면 어디 이렇게 여유로운 버스 여행을 생각이나 했을까마는 자가용시대가 오고 보니 새삼 그 붐비던 지난날이 떠올라서 나는 아빠로서 그 시절의 복잡했던 생활을 이야기 하느라 입술이 말랐지만 아이들은 그저 시큰둥이었습니다.
복잡한 지난날을 이야기해서 무슨 소용이냐는 식이지만 이것이 바로 세대차이라는 걸 느끼기도 했습니다. 내려서 시골길 털털거리는 군내버스도 타보고 짧은 거리지만 논두렁을 걸어서 촉촉한 풀길도 걸어보았습니다.
그동안 승용차로만 다녔던 탓으로 이런 아름다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에게도 공감이 갔던지 웃으며 장난치며 좁았지만 함께하는 모습이 정말 좋다고 몇 번이고 되뇌이며 말했습니다.
흙먼지가 묻어서 옷이 더러워지고 신발이 불편했으나 돌아오는 길은 넉넉한 여유였습니다. 운전에 신경 쓸 일도 없으며 안전벨트니 신호등이니 음주운전이니 다 털어 버리고 버스기사님의 안전운행에만 마음을 기대고 가던 고향길, 돌아오던 고향길 정말 잘했구나 싶었습니다.
누구한테라도 이 여유로움을 권해보고 싶습니다. 버스 창가에 기대고 눈도 부쳐보고 긴 하품도 해보고 못했던 생각도 해보니 깊은 생각에 젖어 철학적 생각도 넘쳐나니 그 여유로움을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선 내가 여유로와 지고 내 가족과 함께 그 여유로움을 펼치기도 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다소나마 교통난에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요? 나 하나쯤이야 내 차 한 대쯤이야 하는 생각이 모여지면 고속도로가 막히고, 막히면 급해지고 급해지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승용차가 아니면 절대 안된다던 아이들이 이 다음에도 그렇게 하자고 할 정도였으니 오늘의 고향길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습니다. 생전 빈손으로 다니던 나들이길이었는데도 고향에서 싸준 상추며 시금치 고사리며 여러 가지 푸성귀들을 조그만 비닐봉지에 싸서 들고 아옹다옹거리는 다 성장해버린 아들과 딸들을 앞세우고 아내와 걷던 자운영 활짝 핀 논두렁을 빠져나오니 젊은날이 회상되기도 했습니다.
정말 바쁜 일상 속에서 승용차로만 다니면 이런 맛을 느낄 수가 없으니 고향길, 처가길, 친척길을 갈 때에도 조금 불편을 감내하고 대중교통으로 여유롭게 즐기는 생활문화를 이룩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해보도록 하는 마음의 준비에서 제 작은 나들이 이야기를 들려 드렸습니다. 우리 함께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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