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값이 폭락하고 있다. 배추농가들은 배추 값보다 출하비용이 더 들어갈 상황이 되자 애써 키운 배추를 갈아엎고 있다. 배추 값 폭락은 최근 들어 배추 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국에서 들여와 보관하고 있던 수입배추 물량을 계속 방출하고 있는데다 값 폭등이후 일반 농가들도 너도나도 배추농사에 매달린 탓에 출하량이 급증한 것이다.
배추 값 폭락은 정부의 잘못된 농산물 수급정책에 상당부분 원인이 있다. 농산물유통공사는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달의 경우 매일 100여t의 배추를 가락시장에 출하했다. 유통공사의 수입배추 대량방출이 배추 값 폭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더 큰 문제는 배추 값이 폭락하고 있지만 보관상의 어려움 때문에 출하를 중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정책상의 잘못이 농민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초 배추 값이 폭등하자 다른 작목을 심지 않고 배추를 심은 것도 가격폭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농정당국의 안일함과 주먹구구식 수급조절 정책이 화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의 말을 들으면 손해를 본다는 농민들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특정작물의 값이 뛰면 해당 작목의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나는 수급조절능력 부재가 농산물 가격파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남 해남·무안의 경우 월동배추 농사가 끝나면 대부분 감자를 심었지만 올해는 봄배추를 정식하는 농가가 많았다. 농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특정작목의 집중재배와 출하를 방지해야 하지만 이런 예방농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배추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에 배추 구매를 요청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소비운동을 추진하고 나섰다. 타 지자체에 비해 발 빠른 대처이고 신속한 행정조치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행정이다. 물론 중앙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지역 자치단체들 역시 농정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는 없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농산물 값 폭등과 폭락에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속이 상하다. 밭떼기 중간상인들의 개입과 재배면적 조절의 어려움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몇 달 사이에 반복되는 폭등과 폭락에 어이가 없다. 농정당국은 더 이상 말로만 원활한 농산물 수급정책을 외쳐서는 안된다. 언제까지 이런 농산물 가격 급락과 작물을 갈아엎는 사태가 계속될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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