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 “뛰어놀 시간이 없어요”
(초등학교 5학년 지현양의 고달픈 하루 일과)
연한 초록빛으로 온산을 물들이는 나무들처럼 한없이 푸르기만한 5월.
그러나 한창 동심에 부풀어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우리 아이들의 마음은 ‘어른들의 욕심’탓에 언제나 무겁기만 하다.
광주시 서구 금호지구 K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인 김지현양(12)은 오후 2시30분 학교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집에 도착해 서둘러 책가방을 다시 꾸린다.
오후 3시20분부터 시작하는 영어학원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원어민 교사의 지도로 40~50분동안 영어로 대화하고 영어로 질문하고, 친구들과도 영어로 얘기를 나누다 곧바로 음악학원으로 향한다.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 바이올린 레슨에 늦지않기 위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보지만 몸은 벌써 지치기 시작한다.
반드시 한가지 특기는 있어야 한다는 부모의 성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이올린 레슨을 받긴하지만 사실 지현이는 바이올린이 싫다.
그렇게 바이올린 레슨을 50분쯤 하고나도 지현이의 일과는 끝난 것이 아니다.
왜 다시 학원에 가느냐는 질문에 한문공부가 남았다고 대답하는 지현양의 어깨는 벌써부터 축 처져있다.
오후 7시가 넘어 해가 기울고 주위에 어둠이 뉘엇뉘엇 깔리기 시작해서야 지현이는 집으로 향한다.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또다시 그날 마무리해야 할 과제물이 남아있다.
가족들과 얼굴 마주보며 얘기 나누는 것도 잠시, 곧바로 책상에 앉았다. 자신이 특히 취약한 수학과목 보충을 위해 과외 선생님이 집에 오실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수학과외가 끝나자 밤10시가 가까와 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구들과 놀 시간이나 제대로 쉴 여유조차 없다. 고작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굴리며 게임을 하는 것이 전부다.
지현양의 부모가 지현이에게 한달간 쏟아붓는 사교육비는 자그만치 60만원이 넘는다.
사교육 열기가 초등학교까지 번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광주참교육학부모회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시내 초등학생의 60% 이상이 2개 이상 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지현양처럼 3~4개 학원을 다니는 학생도 20%에 이른다. 또 과외수업을 하는 초등학생도 40%를 웃돈다.
참교육학부모회 이희한 정책실장은 “어른들이 단지 그들의 생각만으로 아이들에게 분별없는 사교육을 강요하고 있다”며 “과도한 학업과 이에따른 아동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는 심각한 현실을 볼 때 이제는 공교육의 현실화와 학부모들의 인식변화를 요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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