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향 아

한 바탕 북새통에 봄날은 가라앉고
이제 총연습은 끝이 났습니다

때죽나무 그늘에선 때죽꽃이 마르고
이팝나무 그늘에선 이팝꽃이 시들어
해는 어제보다 한 뼘이나 길어졌습니다
오늘 저녁엔 노을 빛도 어제보다 사무칠 것입니다

총연습은 끝나고 6월,
막이 올랐습니다

질경이, 익모초, 쑥부쟁이 같은
엉겅퀴, 명아주, 개망초 같은
약 오른 풀들이 대궁이를 길게 뽑고
차려 입은 미루나무 때까치들이
그 발 아래 새 살 돋는 벌레들까지
북장구를 치며 설레발을 치며
소리소리 목숨을 공연하는 중입니다

바람은 오늘도 남양군도 쪽에서 불어
버찌가 익어 떨어진 언덕 아래로
뱀딸기 어지럽게 눈짓하는 풀밭으로 맴돌고
햇살은 힘 주어 대낮을 색칠할 것입니다
묵은 연방죽 진흙 수렁에서도
영양분 넘치는 진한 향내가
행군하는 음악을 실어다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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