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강문 광주광역시 동부소방서장>

때이른 더위와 큰 일교차로 계절이 뒤섞여 버린 듯 봄이 지나가 버렸다.

이제 산과 들엔 한층 짙푸른 나무들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나들이를 부추키고 있다.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되면서 주말에는 함께 여행을 하는 가족도 늘어나고 있지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거나 바쁘신 가정을 위해 정부의 각 기관에서는 다양한 주말 프로그램을 기획 시행하고 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토요일을 재미뿐만 아니라 의미와 보람도 찾을 수 있도록 어린이와 청소년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광주광역시 동부소방서도 동부교육지원청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소방서에서 실시해오던 소방안전교육프로그램들을 교육기부활동으로 시스템화, 지역사회와 연계하고 학교교육과정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다.

그간 소방의 오랜 바람은 안전에 대한 조기 교육이 학교와 같은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서 안전습관을 어렸을 때부터 형성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성장에만 힘을 쓰느라 안전은 후순위로 미뤄두고만 있었다.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이 자주 들려왔지만 그 말은 늘 대형사고 뒤에 따라오는 탄식과도 같은 소리였고 사고예방을 하기 위한 규제나 단속은 번거롭고 귀찮은 것으로만 여겨져 왔다. 이것은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받아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조심해라’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정작 어른들은 말과 행동으로 본을 보여주지 못했다. ‘차 조심해’, ‘공부잘하고와’, ‘가스불 조심해’ 하면서도 아이의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하고, 친구들과 사이 좋게 어울리는 방법을 일러주기 보다는 ‘지지마’ , ‘맞지마’를 강조하고, ‘배고프면 라면 끓여 먹어’라고 가스사용을 무서워 하지 않는 우리 어른들.

그래서 화재로 목숨을 잃기도 하고 교통사고, 성폭력, 학교 따돌림 등 우리 아이들이 너무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지금이 아니라면 내일은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주변을 돌아보고 안전하지 못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안전에 대한 교육을 소방과 교육기관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무심코 방치되어 있는 소화기구들의 설명서를 읽어보고 사용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우리 집 대피도를 그려보는 것들을 아이들과 놀이삼아 할 수 있다. 가스밸브를 잠그는 어머니, 소화기를 닦는 아버지, 교통신호를 잘 지키고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구분하는 어른, 안전을 생활화 하는 모습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주말에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까운 소방서를 방문하면 말로만 듣던 심폐소생술을 실습해 볼 수도 있고 집에서는 불이 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소화기를 사용해 볼 수도 있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에게 직접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기도 하자.

평상시에는 즐겁게 체험하고 이야기 나누었던 것들이 위기상황에서는 나와 우리 가족의 목숨을 살릴 귀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다함께 안전체험 나들이를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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