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무임금 노동’ 50대, 임금 1억500만원 합의
12명 배심원 평의 토대…제도 정착 한걸음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지원장 박강회)에서 열린 민사배심조정이 원만하게 타결돼 제도의 정착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

목포지원 민사1부(부장판사 박강회)는 A(50)씨가 B(59)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민사배심조정을 통해 B씨가 A씨에게 1억500만원을 지급하는 조정안이 합의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조정 대상은 11년 동안 외딴 섬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한 50대가 농장주에게 그동안의 임금을 청구한 사건이다.

재판부는 출석한 조정위원 후보들 중 당사자의 배제신청과 추첨 등의 선정절차를 통해 선정된 일반 시민 12명을 조정위원으로 위촉, 배심원단을 구성했다.

A씨는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돈을 많이 주는 곳에 데려가 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을 믿고 신안군 장산도에 따라간 뒤 B씨의 농장에서 11년 동안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을 했다”고 주장하며 “고용주인 B씨를 상대로 그 기간의 노무 제공에 상당한 임금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배심원들은 재판장으로부터 사건 개요를 듣고 쌍방 대리인의 주장,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한 뒤 평의에 들어갔다.

12명의 배심원은 서해의 외딴 섬을 무대로 한 사안의 특수성, 원고의 장기간 동안 처한 환경 및 노동가치의 적정한 산정기준, 인권침해 여부 등 예민하고 첨예한 쟁점에 대해 2시간여 동안 평의를 거친 끝에 1억500만원의 조정안을 제시해 당사자들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날 배심에 참여한 김의호(59)씨는 “시민법관으로 사법절차에 직접 참여해 당사자 사이의 첨예한 다툼을 해결해 큰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강회 지원장은 “민사배심조정은 일반 시민들이 주체가 돼 지역 내 민사분쟁을 주도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지역공동체의 사법절차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사법절차의 투명화를 통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목포지원은 앞으로 합의 1건, 단독 2건 등 민사배심조정이 계획돼 있으며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민사배심조정은 형사사건의 국민참여재판과 같이 일반인이 배심조정위원으로 민사조정 절차에 참여해 당사자로부터 사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평의를 거쳐 조정안을 제시함으로써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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