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매우 흥미 있는 실험을 했다. 우선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을 고르고, 거기에 보존 상태가 동일한 두 대의 자동차에 보닛을 열어 놓은 채로 1주일간 방치해 두었다. 다만 그 중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놓고, 다른 한 대는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놓았다.
약간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인데, 1주일 후에 두 자동차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1주일간 특별히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보닛을 열어 놓고 차의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그 상태로 방치된 지 겨우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연이어 타이어도 전부 없어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낙서나 투기, 파괴가 일어났고 1주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가 될 정도로 파손되고 말았다.
단지 유리창을 조금 파손시켜 놓은 것뿐인데도 그것이 없던 상태와 비교해볼 때 약탈이 생기거나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즉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실험이 주는 교훈은 소방안전 분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불장난이나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의 대부분이 외지거나 으슥한 지역, 방치된 차량 또는 주변 환경이 깨끗하지 못한 곳에서 자주 발생한다. 또한 불량 소방시설을 그대로 방치해두거나 다수인이 출입하는 다중이용업소 등에 비상구를 폐쇄하거나 전기·가스시설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화재 등으로 인한 재산과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화재는 사소한 주의를 게을리 한 것으로부터 발생한다. 화재원인의 대부분이 담배꽁초, 음식물조리, 쓰레기소각 등 부주의에 의한 것이고, 누전, 합선, 과도한 전력사용 등 전기적인 요인이 그 다음을 차지한 것으로 볼 때 평소 화재예방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상생활 속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작은 것 하나라도 관심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화재위험 요인이 없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다중이용업소 등 소방대상물에서는 소방시설과 전기·가스시설 안전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다시 한번 주변을 살피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화재예방은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으면 그것은 진정한 앎이 아니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는 의식이 ‘나 부터 실천하자’라는 적극적인 사고로 전환될 때, 바로 그때가 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시점일 것이다.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관심과 실천이 최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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