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한 山처럼 서서도도한 강물처럼 역사하라

[가을잔치 꿈꾸는 배꽃으로]

南道日報가 창사 13주년을 맞았다. 서양화가 임병남씨의 작품 ‘배꽃과 농부들 91’을 창사 기념 축화로 싣는다. 풍성한 ‘가을잔치’를 준비하는 전라도의 순박한 농촌 풍경처럼 남도일보는 광주·전남의 밝은 미래를 위해 항상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남도 들녘과 자연의 소중함, 전라도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의 염원에 맞춰 ‘호남의 정론지’·‘남도민의 대변지’가 되도록 남도일보는 오늘도, 내일도 달리고 또 달릴 것을 다짐해 본다.

.-남도일보 創社 13주년에 부쳐 이수행 시인

보라!
무량겁의 초록으로 뒤덮인 남도의 들판 한 가운데 서서
뭇 생명들이 순리를 좇아가며 발산해 내는 신명들 향기들
두두물물頭頭物物이 무등등無等等 하나로 회동하는 화엄장관華嚴壯觀

저 피비린 자본의 칼날이 온 나라를 난도질하던 戊寅年,
그 화염에 휩싸인 광야에 깃발을 올렸던 그 해 5월,
우리들의 꿈은 눈부셨고 강물처럼 도저到底했나니
어찌, 여여如如하지 않으랴!

하지만, 바름을 논하고 그름을 바로 세우는 필봉筆鋒
그 엄혹하고 높고 외로운 강물을 건너오는 동안, 어찌
살을 깎고 뼈를 도려내는 세상살이 곡절曲折이 없었으랴
오늘 저 눈부신 초록의 장관도, 눈보라 광풍을 견뎌낸
역사의 광휘로움이 아니겠는가

하여, 이제는 저 초록세상을 담아내는 한 소식으로 오시라
남도의 아침을 화사하게 열어주는 따뜻한 꽃잎
남도민의 꿈과 희망을 싣고 달리는 꽃파발
한사코 하나 되는 대동세상 알리는 꽃징 울리며

앞산 뒷산 앞 강물 뒷 강물처럼 오시라

저녁상을 함께 물린 식구들과 별을 헤고, 꿈을 속삭이던
하얀 속살로 오시라, 우리들 오지랖이 아무렇지 않게
서리서리 걸려 있는 동구 밖 당산나무 그늘처럼 오시라

묵정밭 같은 삶들을 서로서로 우려주고 돋아주던
뜨거운 마음자락들 흥건하던, 그리하여 눈물 솟치게
파안破顔 나누며 한 판으로 어우러지던, 남도 사람들
그 가슴팍처럼 오시라

하여, 마침내
청청靑靑한 산山처럼 서서
도도滔滔한 강물처럼 역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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