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제빵 프랜차이즈인 파리크라상은 최근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에게 커피를 함께 판매하는 '파리바게뜨 카페'로 업종을 변경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현재 제빵 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해법이다.

SPC 관계자는 "커피가 가장 수익이 많이 나는 품목이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을 설득해서 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존의 운영하던 사업만으로는 현행 유지조차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새로운 격전지는 '커피' 시장. 업계에서는 "다른 건 몰라도 커피 산업은 향후 5년 이상을 내다볼 수 있는 시장"으로 꼽고 있다.

한 커피 업계 관계자는 "제빵 프랜차이즈의 경우 이미 산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커피는 아직까지는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SPC는 커피 시장에 주목하는 대표적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SPC의 경우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물론 던킨도너츠, 파스쿠치 등을 통해 커피를 판매하고 있으며, 심지어 떡 프랜차이즈인 '빚은'에서까지 커피를 판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커피 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이 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입원이 되기 때문이다.

커피의 유통경로를 보면 답은 뻔하다. 커피 유통은 3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해외에서 생산된 생두나 볶아진 원두를 들여오는 업체와 이를 국내에 유통하는 업체가 있다. 그리고 커피 전문점은 이들 업체에서 구입한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려서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과거에는 일부 대기업에서 원두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규모에 상관없이 점차 국내에서 생두를 볶아 원두로 가공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겼다.

국내에서 생두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업체는 10곳 정도. 그리고 대개 이 시장은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들이 장악한 시장이다.

SPC의 던킨도너츠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로스팅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볶아진 원두는 SPC 계열의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 등을 통해 유통된다.

카페베네나 할리스 커피 등의 커피 전문점도 생두를 수입해 국내에 있는 로스팅 공장에서 생두를 볶아 가맹점으로 유통한다.

이밖에 해외 프랜차이즈 기업인 스타벅스, 커피빈 등은 해외 본사로부터 볶아진 원두를 직접 수입해 국내에서 유통하고 있다.

이 같은 유통구조는 사실상 프랜차이즈 기업에게는 매우 유리하다. 가맹점들이 사실상 가맹본부로부터 제품의 원료만 받아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프랜차이즈 기업으로서는 출발부터 이미 고정 고객들을 확보해놓고 유통을 시작하는 셈이다.

한 커피전문가는 "프랜차이즈 본부가 원두 수입부터 로스팅, 유통까지 모두 맡다보니까 시장이 성장할수록 가맹본부의 배만 불리는 꼴"이라며 "생두 수입에서 유통까지 세 배정도 남기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까지 시장에 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 제빵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둘러싼 입점 규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커피 산업이 가맹본부의 새로운 탈출구로 등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몇 개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가맹점들은 점차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는 커피 전문점 시장도 마찬가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1년 전국 커피전문점 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서울지역 커피전문점의 연간 매출액 성장률은 2007년 17.3%, 2008년 23.5%에 달했지만 2009년 9%로 뚝 떨어졌다.

이후 2010년 2.9%, 지난해 2.3%로 제 자리 걸음을 이어오고 있다.

전국 커피전문점의 평균 매출액 성장률도 2009년까지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2010년과 지난해에는 5.5%, 3.7%로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은 5782곳으로 카페베네,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 엔젤리너스 등 대형 커피전문점들만 2000여 곳이다.

가맹본부 입장에서 가맹점이 늘어나는 것은 브랜드 가치가 성장하는 것이지만,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가맹점이 증가하면 기존 점포와 신설 점포가 상권의 수익을 양분하면서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실은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의 업태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김상현 유통학회 학회장(영남대 교수)은 "해외 프랜차이즈들의 경우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는 게 전부"라며 "국내처럼 인테리어 등을 통해 수익을 챙기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가맹본부들은 로열티를 안 받는 대신 부자재, 식자재 공급, 인테리어 시공 등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식자재를 비싸게 공급하거나 멀쩡한 인테리어 교체를 요구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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