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읍 무궁화이발관 유홍규씨 선행 '귀감'반값 요금·임종 앞둔 노인 무료 이발봉사 등

▲ 46년째 무궁화이발관을 운영하면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홍규씨가 손님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다. /강진군 제공
“내가 가진 기술을 주변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 것 뿐입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직 한 길을 걸어오며 남몰래 봉사를 실천해 온 한 이발사가 있어 주변에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전남 강진읍 보은로 3길에서 46년째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무궁화이발관 유홍규(66)씨.

20세의 나이로 이발소에서 머리를 감겨주는 견습생으로 이발사 인생을 시작한 유씨의 진정한 봉사는 저렴한 이발요금을 받는 것이다.

40여년 전 이발요금이 100원이던 시절부터 유씨는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신조로 절반정도의 금액만 받고 있다.

현재 유씨의 이발 요금은 5천원.

여느 이용원이나 미용실을 따져 볼 때 컷트 비용이 1만5천원까지 받고 있는 요즘 추세로 본다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다.

유씨는 "지역에 살면서 저 또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제가 가진 기술로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준 것 뿐이다"고 값싼 이발 요금에 대해 설명했다.

또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진 이 때에 지역주민들에게 적은 금액이지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 주고 웃음을 줄 수만 있다면 그게 봉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홍규씨는 이름 말고 닉네임이 하나 있다. 바로 저승 무료 이발사.

다름 아닌 노환이나 아픈 몸을 못 이겨 임종을 앞두고 있는 분들을 찾아가 무료로 이발을 해주고 있는 것.

“좋은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나실 분들에게 조금 더 말끔한 모습으로 떠나실 수 있게 채비를 해 준 것 뿐입니다.”

가족들이 행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치면 한사코 마다하며 나온다면서 유씨는 이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유씨의 손을 거처 말끔한 모습으로 여행길을 떠난 분들만 해도 350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유씨는 지금도 쉬는 날이면 관내 마을을 돌아다니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로 이발을 해주고 있다.

또한 몸이 불편해 이발관을 찾지 못하고 전화로 이발 요청이 들어오면 기꺼이 찾아가 머리를 다듬어 주고 있다.

요즘은 이발 봉사 말고도 "지역의 자라나는 인재발굴에 힘써 달라"며 장학금을 기탁하고, 홀로노인 등에게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내복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 같은 선행에 힘입어 유씨의 이발소는 바르게살기운동 전남도협의회로부터 ‘친절 도민의 집’으로 선정됐으며 강진군 ‘착한가게’로 지정되기도 했다.

유씨는 “지금은 비록 15명 내외의 손님들이 이발소를 찾고 있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다 해도 반값 이발요금으로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강진/이봉석 기자 lbs@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