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전 매니저 길성용 국내 첫 큐그래이더 시험 감독관에게 듣는다.

최근 커피 창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구직사이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38.5%가 창업 희망 분야로 '커피 전문점'를 꼽았다.

취업난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등으로 커피 전문점은 최근 몇 년간 자영업자들의 위한 탈출구로 각광받아왔다.

하지만 커피 전문점 시장도 점차 포화 상태로 달려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물론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커피 전문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기로를 만난다. '프랜차이즈냐 개인 커피숍이냐.'

두 가지 갈림길에서 신중히 선택해야만 커피 전문점의 문을 열어도 후회가 적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국내 첫 큐그레이더 시험 감독관 길성용 한국스페셔티협회(www.richmondcoffee.co.kr) 대표는 "커피는 메뉴 가짓수가 많지 않고 배우기도 쉬워 창업자들이 위험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 같다"면서 "실제로는 매우 위험성이 많은 게 지금의 커피 전문점 시장"이라고 말했다.

▲ 박세리 전 매니저 길성용 큐그래이더 시험 감독관 <뉴시스>

업계에서는 길 대표(감독관)를 큐그레이더 '1세대'라고 부른다. 큐그레이더는 커피 생두 중 아라비카 품종의 품질을 감별하는 이색 직업이다.

국내에서 생두를 원두로 볶는 로스팅 공장을 가지고 있는 모든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어김없이 큐그레이더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커피에서 생산한 생두의 품질과 상태를 평가하고 좋은 품질과 가격의 원두만 골라 국내에 수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들의 상당수는 그가 사사한 제자들이다. 길 대표는 국내에서는 큐그레이더들을 길러낸 대부로 통한다.

길 대표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대해 "그동안 품질 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했다"면서도 "커피 산업에서 얻어 갈 수 있는 많은 이익들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랜차이즈의 그늘 아래 서면 시장 진입 장벽은 낮아지지만 그만큼 잃는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커피 산업은 생두를 감별하는 일부터, 원두를 볶는 로스팅, 그리고 마지막에는 커피를 내려서 소비자들에게 서비스하는 것까지 폭넓다.

직업으로 말하자면 생두 감별은 큐그레이더가, 원두를 볶는 일은 로스터,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가 각각 맡는다.

국내 커피 인력 시장은 바리스타만 급속도로 늘어나는 기형적인 구조다. 이는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생두의 수입과 로스팅, 유통까지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부들은 커피에 관한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가맹점주들에게 재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계약이 끝나면, 에스프레소 머신이 바뀌면 남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큐그레이더가 국내 커피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국내 유통되는 커피 생두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둘째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자영업자들이 프랜차이즈에 기대지 않고도 자기만의 개성적인 개인 커피숍을 운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큐그레이더는 소믈리에처럼 커피의 향, 맛, 질감까지 주관적인 역량을 총 동원해 1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흔히 8점을 넘는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라고 따로 분류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생두 1㎏당 4000원부터 4만원까지, 혹은 40만원 등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높은 관심을 받는다.

스페셜티는 그래서 '또 다른 의미의 공정무역 커피'라 부른다. 생두값이 비싸질수록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커지기 때문이다.

길 대표는 커피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마실 수 있는 보편적인 음료라는 장점 덕분에 커피를 평생의 업으로 삼았다.

사실 원래 길 대표도 커피 전문점을 여는 게 꿈이던 평범한 창업 준비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현재 국내 큐그레이더를 길러내는 시험 감독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큐그레이더 400여 명 중 절반은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국내 커피 시장도 이제 더 이상 찔러볼 곳이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로 진입한다.

그러고 나면 남는 건 커피 품질에 대한 경쟁만 남게 된다는 게 길 대표의 전망이다.

품질에 대한 경쟁은 사실상 개인 커피숍이 품을 수 있는 희망이자 장점이다. 사실상 프랜차이즈에게 커피 품질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은 무리다.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전국 어느 곳 어느 매장에 가도 같은 맛, 같은 품질의 커피를 서비스해야하기 때문이다.

길 대표는 "생두를 오랜 시간 볶아 원두마다 가진 독특한 맛을 없애거나 아예 해외에서 원두로 수입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향후 커피 시장에 불어올 새바람은 각자의 소규모 개인 커피숍들이 자기 숍만의 맛을 추구하는 과정과 그 경쟁 속에서 만들어지는 '하모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길 대표는 "요새는 커피믹스 제품들도 경쟁을 벌인다"며 "국내에 좋은 품질의 커피가 늘어나면 소비자들의 입맛도 고급화되고 더 좋은 커피를 찾는 수요가 생겨나면서 커피 시장에도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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