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남진, 12월 2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서 전시

상사화·파랑새 등 꽃 소재 한국화 작품 선봬

"이번 전시는 수묵적 호기심이 많은 작품들로 한국화로 전향한 서양화 전공자로서의 작가적 콤플렉스를 안고 먹까지 배우며, 이전의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수묵전통 기법을 배우려고 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26일 오후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만난 임남진 작가는 이번 전시의 대해 설명했다.
존재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회화적인 답을 모색하는 작가로 잘 알려진 임남진 작가의 한국화 전시가 12월 2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여여(如如), 무위(撫慰) 로서 피는 꽃, 지는 꽃'이라는 타이틀로 꽃을 소재로 한 작품 25여점을 선보인다.
임 작가는 꽃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기존에 꾸준히 다뤄왔던 성찰, 윤희, 구원 등 존재의 본질 문제를 꽃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2009년 양귀비와 상사화 작업을 시작으로 올해 목련과 벚꽃, 찔레꽃과 할미꽃 작업은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이 투영돼 명상과 성찰에 가까운 수행 언어로 다가온다.
또한 이번 전시의 주제처럼 작가의 최근작은 화면 가득 그려진 형상들을 점점 비워내는 형태로 작업방식이 변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임 작가는 십수년간의 화두(話頭)인 자아와 세상 사람들에 대한 '성찰, 윤회, 구원'을 인간세계의 현실적인 삶의 모습들을 서사적으로 그려낸 감로 탱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고려 불화에 기반을 둔 방식으로 신풍속화를 그려냈다. 감로탱화 형식의 신풍속화에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숨은 그림 찾기처럼 보여주어 관람객들에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서며 호평을 받았다.
임 작가는 2010년 전시 후 한 해 동안 스스로 무너지는 상황일만큼 몹시 힘들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나비이야기'전(함평나비축제 특별기획전)에 참여하면서 꽃과 나비 작업을 숙제처럼 시작했다. 살아있는 생명력에 대한 감흥이 일면서 뜻밖에도 즐거운 작업이 됐다. 5월 '봄의 교향악'전에서는 꽃과 나무로 새 생명의 싹틈과 발화를 통해 봄을 노래하였다. 두 전시를 준비하면서 꽃을 구체적으로 관찰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임 작가는 "처음에는 꽃 자체를 잘 그리고 싶은 욕망으로 민화적 기법을 시도했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둔치에서 살아남아 피는 꽃을 보며 꿈틀대는 생명력을 아등바등 사는 우리네 삶에 투영시켰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임 작가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꽃 중에서 유독 상사화가 많다. 임 작가는 "잎과 꽃이 영원히 맞닿지 않아서 그 자체가 슬픈 꽃 이야기로 유명한 것이 상사화다. 색은 다홍빛 나는 붉은 빛으로 색 자체는 좋지만, 마음에 와 닿는 색이 아니었다"며 "상사병으로 죽은 이야기 속의 죽음과 검은 색이 잘 어울린다고 순간 포착된 작품이다. 그래서 이미지를 검은색으로, 욕망 덩어리의 이미지를 빨간색의 상사화와 파랑새로 대비시켜 절규하고 울부짖는 인간의 모습을 파랑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작가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꽃들은 상사화, 할미꽃, 양귀비, 목련, 자목련, 괴석, 찔래꽃, 파랑새, 모란꽃, 벛꽃 등 이다. 
특히 흰 털로 덜레덜레하게 덮인 열매덩어리 '할미꽃'은 작가 머리의 흰머리와 오버랩 되면서 작가 자신의 나이듦의 과정으로 이입된다. 막바지 휘날리는 모습에서 완전 시들어 죽기 전 고개 숙인 할미꽃의 변화를 보면서 피고 지는 꽃의 그 본성이 인간의 삶과 닮아있음에 작가는 '애잔함'의 감수성으로 포착한다.
괴석과 찔레꽃의 어울림으로 돌에 핀 외로운 꽃을 선보인 작품은 기다림과 결핍의 애절함을 닮은 듯하다. 양귀비는 너무 예뻐서 그 자체에 대한 감동을 담아낸 작품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잎사귀가 흔들흔들 할 때 그 자태는 교태를 뽐내기 때문이다.
꽃의 본성인 존재의 본성을 작가적 본성으로 애잔하게 노래한 이번 전시 작품들은 결국 임 작가가 사람이 아닌 소재를 통해서도 작가적 본성을 담아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임 작가는 꽃을 그리되 꽃으로 보지 않았고, 작가 자신의 감성으로 그려나가기를 시도했다. 결국 꽃에 대한 작가의 관찰은 꽃이 '여여(如如), 무위(撫慰)'의 세계(모든 현상의 본성으로 변하지 않는 참된 법(如如)을 통해 어루만져 위로하는(撫慰) 세계)를 포착하는 과정이 됐다.
오명란 광주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아름답지만 짧고 굵은 발화 이후 덧없이 명멸하는 '꽃'은 우리 삶의 은유이자 성찰의 단초가 된다"며 "세상과 더불어 호흡하는 임남진 작가의 작품 고목에서 피어나는 꽃으로 윤회와 새 생명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밝혔다.
임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고, 2001년 신세계미술제창작지원공모 장려상 수상, 2008년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2010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작가로 활동했다. (문의=062-360-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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