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수필가·前 언론인>
 
하늘이 코발트색으로 채색된 맑고 투명한 가을의 정취가 물씬한 영산강에 왕건호라 불리운 목선이 영산포항에서 취항하고 있었다. 그 옛날 뱃고동소리 내며 홍어배, 갈치배가 만선을 휘날리고 들어와 항구에 정박하고 있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 감회가 새로워진다.
힘찬 뱃사내의 우렁찬 함성소리에서 새벽부터 항구는 활기차게 움직였던게 엊그제 같은 시물레이션이 펼쳐진다. 얼싸한 홍어냄새와 멸치 젖갈 등의 비린내로 얼룩졌던 선창의 모습도 어제였던 것만 같기도 하다. 이렇게 영산포항은 활기차게 번창했었다.
그러나 우리의 잘못된 성장정책으로 영산포항은 사라졌고 선창은 죽었으며 거기 남은 사람들은 침체된 경제로 힘들어 하며 살며 떠나가고 있을 뿐이다.
그 찬란했던 영산강에 관광선의 꿈일망정 배가 다니고 있으니 기대하는 바가 커져가기만 하다. 아주 오래된 시절 영산강에 취항했던 대형 목선의 잔해(키)가 몇해전 강변 체육관앞 동섬주변에서 발견되어 그 반 크기로 왕건호라 칭한 목선을 조선(造船)했다 한다.
왕건호에 승선해 보았다. 그곳에는 마치 가을 이야기가 있었다. 시원한 강바람속에서 주변의 가을이 주는 아름다운 정취는 우리를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현란한 각양각색의 가을꽃의 전령사 코스모스의 손짓은 진정 멋진 가을이 여기 있음을 말해주고 있나보다.
강의 정비후 오랜만에 영산강에 배를 타고 가니 강 주위의 경치가 환상적으로 다가온다. 미끄러지듯 배가 간다. 앙암바위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절벽이 밑에서 보니 깎아지른 절경이 꽤 아름답다.
금성산의 끝줄기 제창마을 남인 선비의 산실 미천서원옆에 흉년이 들면 가난한 백성을 궁휼했던 제민창 주변이 선상에서 보니 더 운치있게 만 보인다.
깨끗이 정돈된 자전거길로 한무리의 자전거 무리가 지나가고 있어 한층 그림이 보기좋게 그려진다.
그리고 멀리 백호 임제의 묘가 보인다. 풍수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남의 주작(거북이)과 북의 현무(봉황)는 알수가 없으나 좌 청룡 우 백호가 보기좋게 어우러졌고 배산임수가 잘 배치되어 있어 천하의 명당처럼 보여진다.
백호가 살아 내가 있는 선상에 있어 시 한수 읊을수 있었다면 백호의 시는 또 어떻게 전개 되었을까?
후인들은 그저 남은 그의 풍류와 자취를 느끼며 아쉬워 할 뿐이다. 평안도 병마사 자리를 버렸는지 파직됐는지 황진이를 그리는 시속에서 삶의 정과 한을 느낄수 있어 기인의 호탕함과 풍취가 느껴 진듯해 그의 모습이 그려 진듯하다.
그리고는 가로막힌 죽산보가 있어 더 가고 싶어도 되돌아 가야한다. 죽산보배의 통수문를 너무 적게 만들어 바닷물이 통수되어도 홍어배가 들어오기란 그리 쉽지 않을것 만 같다.
여기서는 영산강의 대표적인 정자인 석관정의 운치를 볼 수 없는 것도 너무 아쉽기만 하다.
영산호까지 가는 길은 이제 쪽배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가까이에 두고 뒤로하는 마음은 뭔가 서운하고 찜찜하기만 하는 것은 나만의 서운함은 아닐 것이다.
영산강의 복원은 어정쩡한 반쪽이나 이루어 졌다고 해야 하나.
광주광역시의 하수종말처리장 설치 등 많은 숙제를 남겨둔 채 영산강은 오늘도 그저 고요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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