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K-water 광주전남본부 운영처장>
세계의 4대문명은 황하, 인더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이다.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이들 문명은 위치도 명칭도 특색도 모두 달랐지만 단 한가지 공통점은 모두 물, 커다란 강유 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인더스 문명은 인더스강과 갠지스강에서, 황하문명은 황하강에서, 이집트 문명은 비옥한 나일강에서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시작되었다.
물은 문명을 발달하게도 하였지만 인간을 살게 했던 농경의 근원이었으며 동시에 교역과 교통의 근원이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영어 이름인 코리아를 떠올려 보자. 코리아란 이름은 고려라는 우리나라 옛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실이 아닐 것이다. 대외무역이 활발했던 고려의 무역 중심지인 벽란도는 예성강 하구에 위치해 있었으며, 이 예성강이 당시 고려의 수도인 개경과 바다를 연결하여 줌으로써, 각국의 해상선단이 개경의 문호인 예성강 하구의 벽란도를 중심으로 몰려올 수 있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우리나라의 한강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대한민국의 경제를 일으켰듯이, 물은 산업의 중심이며, 물이 있는 곳에 산업이 있다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과거나 현재나 물은 여전히 지구상에 거의 변함없는 양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 세기에 인구는 2배로 증가하였고, 물 사용량은 6배나 늘었으며 급속한 도시화, 인구집중,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이 세계적인 물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2025년까지 24억명에서 34억명의 사람들이 물 압박 또는 물 부족국가에 살게 될 것임을 경고했으며, 세계경제포럼 수자원이니셔티브 보고서는 ‘수자원 부도(water bankruptcy)’ 가능성 경고와 함께 이제는 1970년대 ‘석유파동(oil shock)’이 아니라 ‘물파동(water shock)’에 대비해야 하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은 최근 물관리가 국제 사회의 주요한 이슈로 등장할 수 있었던 주요한 배경이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그리고 인구증가와 대도시의 급속한 확산 등의 환경변화는 물관리의 관점에서 큰 위기로, 산업적 관점에선 큰 기회로 작용하였다.
최근의 물산업은 기존 상·하수도 시장 중심이 아닌 보다 광의의 개념인 통합물관리의 관점으로 확대되었는데, 독일의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헬무트 카이저 컨설팅은 물산업이 2025년 1조4천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물산업에 대한 시장 성장이 긍정적으로 전망되자 신흥 물산업 강국으로 분류되는 이스라엘, 싱가포르, 일본 등은 물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물산업 클러스터 구축, 선도사업(Flagship Project) 수행, 해외시장 개척 등 다각적인 지원 정책을 서로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물산업의 미래는 과연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국내 수자원의 계절적, 지역적 편중과 심한 변동성 등 불리한 여건에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수자원개발과 관리 분야에서 고도의 경험을 축적해 왔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한 통합수자원관리 및 친수공간 개발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하였다. 또한 건설과 제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고 있으며, 특히 해수담수화 플랜트 부문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견인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불확실성 증가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수자원 부문에 있어서는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중심이 되어 파키스탄 Patrind 수력발전사업(3억3천900만 달러)을 추진하는 한편 최근 태국 물관리사업, 필리핀·네팔 등 수력발전 사업의 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물론 이외의 분야에 있어서는 일부 부족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물산업 육성전략으로 2020년까지 8개의 글로벌 물기업 육성과 이를 통해 3만7천개의 일자리 창출로 세계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투자자본 확보, 전문인력 양성, 통계 및 종합 정보 시스템 구축 등 물산업 해외진출 기반 구축과 민·관 파트너십(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활성화로 국내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앙정부와 물 전문 공기관, 민간기업 및 관련 협회 등이 중심이 된 ‘Korea Water Partnership’을 구성·운영함으로써 국내 물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물산업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한층 밝아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2011년 세계물위원회(WWC)는 제7차 세계 물포럼을 2015년에 경북·대구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물 관련 새로운 이슈를 한국이 선점할 수 있는 대단히 좋은 기회를 준 것으로써 우리나라가 글로벌 물산업을 리드할 수 있는 튼튼한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국민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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