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동·광주광역시농업기술센터소장>

유엔은 1992년부터 매월 3월 22일을 세계물의 날로 지정하고 우리나라도 1995년부터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한국을 포함해 리비아, 모로코, 이집트, 오만, 키프로스, 남아프리카공화국, 폴란드, 벨기에, 아이티 등을 물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했고, 지부티, 쿠웨이트, 몰타, 바레인, 바베이도스, 싱가포르 등 19개국을 물 기근 국가로 분류한 바 있다.
유엔이 정했든 아니든 물은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소중한 것을 넘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부족해지고 있고, 더러워져서는 안 되는 것이 자꾸 더러워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물의 양은 약 13억8천600만㎦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중에서 97.5%가 바닷물 등의 염분이 들어 있어 사용할 수가 없고 극지방, 빙하 지하수 등을 제외하면 겨우 0.0086%만 쓸 수 있는 물로 분류된다고 한다.
문제는 또 한 가지 인구가 증가하면서 물 부족량은 더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는 1999년 이미 60억 명을 돌파했으며 2025년에는 83억, 2050년에는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물 부족 현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8개국 3억4천만 명이 충분한 물이 없어 어려움이 있고, 2025년에는 52개국의 약 30억 명이 물의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 한다. 물 자원이 풍부하다면 물 소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짧은 소견으로 흔히 먹는 물만 물로 생각할 수가 있는데 그것은 매우 걱정 없는 생각이다. 먹는 물외에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 많은 물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물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가상수(Virtual Water)라는 용어가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수란 영국 런던대학의 토니 앨런 교수가 1993년 물 부족 상태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개념으로 농산물, 공산품, 식품 등이 생산부터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될 때까지의 필요한 물의 총량을 일컬음이다.
독일의 ‘사회생태학연구소’의 발간 보고서에 의하면 돼지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가상수 500ℓ가 필요하며 밀, 우유 1㎏은 가상수 1천ℓ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흔히 사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A4용지 1장은 10ℓ의 물이, 면티셔츠 1장은 4천ℓ,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는 40만ℓ의 물이 소요된다고 한다.
물은 마시거나 씻을 때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생활 중에 엄청난 양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320억㎥의 가상수를 수입해 스리랑카,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며, 최대 수출국인 호주는 연간 640억㎥의 가상수를 수출하고 있단다.
또한 우리가 수입하는 식품을 2007년을 기준으로 볼 때 총 450억㎥(곡물 316억㎥, 축산물 89억㎥ 등)의 물이 들어 있단다. 이는 우리나라 모든 물(다목적댐, 생공용수댐, 하구인댐, 농업용저수지 등)을 합한 용량 130억㎥의 3배가 된다하니 엄청난 수치이다.
이렇듯 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물은 인간 생활을 둘러싼 환경이요 삶의 일부이다. 유유히 흐르는 맑은 물은 강과 호수를 이루고, 인간의 마음을 넉넉하고 풍성하게 해준다.
무심코 버린 한 컵의 물이나 오염시켜 버리는 것은 우리의 자원을 훼손하고 낭비하는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며, 오염된 물을 원상 회복하는데는 투자해야할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광역시는 ‘국립물연구소’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무등산 정기를 받은 광주천과 남도의 젖줄인 영산강이 있으며, 목포시에 이르러 바다와 연계되는 지리적 여건이 좋은 지역이다. 국립물연구소를 통해 세계 물산업의 메카로 부상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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