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대리점 창업, '매장수' '점포당 매출' 따져봐야…무늬만 화려한 곳 많아

아웃도어 산업이 매년 20% 이상 급성장하면서 아웃도어 대리점 창업이 은퇴자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부족으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웃도어 대리점 창업 시 최소한 알아야 할 내용 등을 점검해 본다. 무늬만 화려한 브랜드에 현혹되어 적잖은 금전적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어서다.

이번 시간에는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매출 상위 10위 업체의 전국 매장 수와 매출과의 상관관계 등을 알아본다. 다음시간에는 각 브랜드 별 대리점들의 순이익(마진) 등을 분석해 볼 예정이다.

20년 넘게 A항공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미령(44·여)씨는 최근 극비리에 아웃도어 대리점 개설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퇴직 후 가장 성공 가능성 높을 것 같은 아웃도어 대리점을 창업하기 위해서다.

미혼인 김씨가 아웃도어 대리점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어 고객관리와 마케팅은 자신이 있는데다 매년 20% 이상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아웃도어 업계의 달콤한 유혹 때문이다. 불황이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사업성이 좋다는 언론보도와 본사의 공격적인 대리점 개설 전략도 한 몫 했다.

하지만 김씨는 막상 결혼 밑천으로 모아둔 돈과 퇴직금 등으로 창업에 나서려니 걱정이 앞선다. 창업이 처음인데다 어떤 브랜드를 선택해야 성공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막상 수억원이 넘는 전 재산을 털어 대리점 창업을 결심했지만 브랜드마다 대리점 개설 조건도 다르고 지역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제 각각인 것 같아 어떤 기준으로 브랜드를 결정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외형과는 달리 실질적인 시장 규모나 실태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없어 고민이라는 것이다.

◇ 지금 아웃도어 산업은 급팽창 중(?)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패션시장이 극심한 불황을 격고 있는 것과 달리 아웃도어 산업은 급팽창하고 있다. 매출 상위 10대 아웃도어 브랜드의 지난 3년간 매출액만 살펴봐도 전체 시장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0대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액은 노스페이스(영원무역)를 선두로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 네파, 컬럼비아, 밀레, 라푸마, 아이더, 레드페이스 순으로 전체 6조원 시장의 78.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나아가 2015년이면 10조원 규모의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업체 대부분은 올해도 매장(대리점) 확장 등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매출액을 늘려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 브랜드는 대리점의 이익보다는 본사의 몸집 불리기에만 주력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코오롱스포츠 점포당 매출 1위…연간 3억∼25억원 사이

지난 2주간에 걸친 취재 결과, 흥미로운 사실은 지명도가 높거나 전체 매출이 많아도 대리점별 평균 매출이 비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상권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연간 평균 매장당 최저 3억원에서 최고 25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상위 10위 브랜드 중 매출 1위인 노스페이스는 전국에 296개의 매장(직영·백화점 등 포함)이 있다. 지난 2012년 연간 매출액이 6450억원(본사 공개)이라고 할 때 대리점 한 곳 당 연 평균 21억7900여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상권과 매장 규모 등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한 달 평균 1억81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꼴이다.

매출 2위인 코오롱스포츠는 상대적으로 적은 235개 전국 매장에서 한 해 동안 6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매장당 평균 25억9000만원(월 2억1000만원)을 올렸다. 단순히 평균 매출로만 보면 오히려 1위인 노스페이스 보다 평균 3000만원이 많은 셈이다.

3위는 K2로 전국에 274개 매장이 있으며 총 연간 매출액이 5500억 원에 달해 매장당 평균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월간 1억 67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또 4위 블랙야크는 전국에 310개 매장에서 연간 51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대리점 당 월 평균 1억37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5위인 네파는 전국에 320개 매장에서 총 4600억 원을 올려, 매장당 14억3700여만 원대(월 평균 억1900여만원)의 실적을 보였다. 6위 컬럼비아는 184개 매장에서 3100억원 등의 매출을 기록해 매장당 평균 16억8400여만원대(월 1억4000만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총 매출액 기준으로 9위인 아이더는 205개 매장에서 연간 21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대리점 한 곳 당 평균 매출 규모가 10억2400만 원(월 8500만원)에 불과했다. 자매브랜드인 K2에 비해서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매출액 기준 10위에 랭크되어 있는 레드페이스는 전국에 396개의 매장이 있다. 이들 아웃도어 브랜드 가운데 제일 많은 수의 매장을 개설 했지만 총 매출액은 1500억원에 불과해 매장당 한 달 평균 매출이 3150만여원에 불과했다.

문제는 비교적 높은 매출에도 임대보증금과 인건비 등 매달 지출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크게 남는 사업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대리점 점주들은 지적한다.

아울렛 등이 밀집해 있는 서울 한 패션유통단지에 입점한 강서영(55)씨는 "주변에 워낙 많은 유명 브랜드의 대리점과 매장들이 있기 때문에 대형쇼핑몰이나 백화점이 아니면 평일에는 하루 몇 십만 원 팔기도 빠듯하다"며 "이정도 액수로는 월세와 직원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서울 강남에서 유명 브랜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수영(47)사장은 "일부 대리점 사장의 경우, 아웃도어 제품판매가 잘된다는 말만 믿고 매장 수나 매출액 등을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면서 "겉으로만 나타난 화려함에 현혹되어 (브랜드를) 선택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리점은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어 계약 조건과 시장 상황 등을 꼼꼼히 따져 보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웃도어 브랜드 대리점은)프랜차이즈와 비슷한 유형으로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여지가 있어 계약 조건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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