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에 금융소비자 보호 기본법안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불합리한 영업 관행이 판치는 금융 환경을 뿌리뽑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 금융투자업 감독규정에 포함된 상품 판매과정 녹취록 제공 의무를 금융소비자법으로 끌어올리고 대출청약 철회권과 계약해지 요구권도 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녹취록 제공 논란' 없앤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샀던 투자자들은 최근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고자 동양증권[003470]이 가진 상품판매 과정 녹취록을 요구했다.

 현행 금융투자업규정은 금융투자업자가 투자계약 관련자료, 주문기록·매매명세 등 투자자의 금융투자상품 거래 관련 자료 등을 특정 기간에 '서면, 전산자료, 그밖에 마이크로필름 등의 형태로 기록·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투자자가 이 기록과 자료를 서면으로 요청하면 6영업일 안에 이를 제공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이 규정에 따라 동양증권이 녹취자료를 개인투자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양증권을 포함한 증권업계의 해석은 달랐다.

해당 규정에 증권사가 반드시 녹취를 통해 관련 자료를 기록·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되지 않았고, 녹취가 의무가 아닌 만큼 녹취자료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의무도 증권사에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동양증권이 이런 논란에 대해 유권해석을 요구한 데 이어 정치권까지 나서서 녹취록 공개를 공론화하자 '증권사가 투자권유 및 투자자 의사표시 등을 위해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면 녹취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유권해석을 했다.

이런 논란이 다시 생기는 것을 막고자 금융소비자법에는 소비자가 분쟁 조정이나 소송 등을 위해 금융사가 보관하는 자료를 '청취' 또는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할 방침이다.

앞으로 금융사는 고객의 요청을 받으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정해진 기간 안에 녹취록 등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을 위협하거나 영업 비밀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가 상품을 계약하는 과정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동양 사태를 계기로 관련 규정을 아예 법에 명시하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대출청약 철회권 명시하고 '약탈적 대출' 금지

금융소비자법에 대출청약 철회권이 명시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법안에 따르면 대출성 상품 계약을 한 소비자는 계약 서류를 발급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 등으로 청약을 철회할 수 있게 된다.

금융사가 부당한 판매 행위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5년 안에 고객이 계약 해지나 변경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조항이 생기면 금융사보다 상대적으로 금융지식이나 정보가 적은 소비자들이 본인에게 불리한 대출이나 금융사 주도의 무분별한 대출로 과도한 빚을 지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이는 결국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제어해 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양사태와 가계부채 청문회를 거치면서 필요해진 부분이 반영됐는데 대출규제 강화도 법안에 추가된 주요 내용"이라며 "대출 청약을 7일 안에 철회할 수 있는 권리를 고객에게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따.

경제적 능력이 없는 고객에게 돈을 마구 빌려준 뒤 받아내는 금융기관의 '약탈적 대출'도 명시적으로 금지된다.

금융사는 우선 소비자가 '일반' 금융소비자인지 '전문' 금융소비자인지를 따져보고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고객의 소득과 재산, 부채 상황, 신용과 변제 계획 등을 꼼꼼하게 살펴 고객에게 적합하지 않은 경우 대출 권유를 할 수 없다.

이를 지키지 않은 금융사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인이 직접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은행들이 무조건 빌려주고 고금리를 받는 약탈적인 대출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책임감 있는 영업관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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