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와 다음의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리는 대신 처음으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함에 따라 동의의결제의 실효성과 한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의의결제와 관련해 소비자나 중소기업이 입은 피해를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으면서도 제도 자체에 태생적인 모순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에 대한 동의의결제가 처음 적용되는 사례인 만큼 충분한 시정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봐주기 논란은 물론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부속법안으로 제도화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동의의결제는 제도 도입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동의의결제란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나 원상회복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은 1915년부터 일찌감치 제도를 운용해왔고, 유럽연합(2004년), 독일(2005년) 등 대륙법계 국가는 물론 중국(2008년)도 동의의결제를 도입한 상태다.

공정위는 신속한 피해구제와 사건처리절차의 선진화 명목으로 2005년부터 동의의결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2007년 관계 부처와 협의 당시 법무부는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법집행의 형해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고, 결국 중대·명백한 위법행위와 담합 사건을 동의의결 대상에서 제외하는 선에서 부처 합의가 마무리됐다.

동의의결로 처리할 경우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검찰총장과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도 뒀다.

이런 합의를 거쳐 정부안이 2008년 7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일부 의원의 반대로 처리는 무산됐다.

이후 동의의결제는 미국 측의 요구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적(FTA)의 부속법안 중 하나로 2011년 7월 국회에 다시 발의됐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준표 의원이 이례적으로 직접 대표발의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후 법안은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그해 11월 국회를 통과해 12월 2일부터 시행됐다.

박근혜 정부는 공정거래법과 더불어 표시·광고법 위반 사안에 대해서도 동의의결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표시·광고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보상 가능

동의의결제는 당사자 간 화해를 유도하는 기존 분쟁 조정제도와 비슷하면서도 차이점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조정제도는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면제된다는 점에서 동의의결제와 유사하지만, 사업자와 사업자 간 발생하는 분쟁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면 동의의결은 공정위와 위반 사업자 간 이뤄지는 것으로,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행강제력도 강하다.

소비자 피해와 경쟁질서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 공정위가 위법성 심사를 모두 마친 뒤에야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동의의결제의 최대 장점은 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상에 있다.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으므로 공정위 입장에서는 법 위반행위의 입증이 간단치 않은 사안에 대해 입증 부담을 덜고자 동의의결로 처리할 유인이 생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 이미지 손상을 방지할 수 있고, 법적 분쟁에 따른 각종 비용과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위법성이 확정되지 않으므로 손해배상 등 후속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공정위는 이런 긍정적 측면을 고려해 네이버·다음 사건을 계기로 향후 동의의결제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지철호 공정위 상임위원은 "동의의결제가 잘 정착하면 법 위반 해결과 소비자 피해의 신속한 구제에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봐주기' 논란도…실효성 있는 시정방안이 해결책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동의의결제를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봐주기' 논란이다.

공정위가 오랜 조사를 통해 위법성을 밝혀냈으면서도 시정조치를 가하지 않고 동의의결로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 않으냐는 의심이다.

네이버와 다음의 경우 과징금 수위가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에 이런 우려는 더욱 힘을 얻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시정조치에 상응하는 보상방안을 요구하겠다"며 우려를 불식했지만, 최종 시정방안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 되지 않을 경우 이런 비판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봉의 서울대 법대 교수는 이 점이 동의의결제가 가진 근본적인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공정위가 오랜 기간 기업을 샅샅이 조사하고 최종적으로 위법 행위까지 다 입증해 낸 뒤에야 동의의결을 개시하면 외부에는 일종의 '면죄부'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절차상 효율성을 위해 사건 초기에 동의의결을 개시하고자 한다면 법 위반 행위를 특정할 수 없다 보니 시정방안 역시 도출할 수 없는 모순에 봉착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결국 동의의결을 통해 시정방안을 얼마나 내실있게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라며 "공정위가 원래 내리려던 시정조치 못지않게 실효성 있는 시정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봐주기 의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