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의 할인·할증체계가 현행 사고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전환되면 무사고자의 보험료가 4%가량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험개발원은 28일 오후 화재보험협회 1층 대강당에서 공청회를 열어 현행 자동차 보험 개별할인할증제도를 평가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경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 독일 등 대부분 국가는 사고 건수에 의한 할인할증 제도를 운용한다"며 "현행 체계를 사고 심도를 반영하지 않는 사고 건수에 따른 체계로 변경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인적·물적 사고 규모 등 사고 심도에 따라 0.5∼4점까지 점수를 차등 부과하는 사고 점수제를 적용하며 이는 1989년부터 이어져 온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가벼운 부상 사고 등의 비중이 높아져 현행 제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 지난해 중상해에 해당하는 부상 2∼7급의 손해율 상대도는 87.6%로 낮고, 할증 수준은 높은 편이었다. 손해율 상대도가 낮다는 건 실제 손해액 대비 거둬들인 보험료가 많다는 의미로, 현행 할증 수준이 적정 기준보다 높다는 뜻이다.

반면 경상해에 해당하는 부상 13∼14급의 손해율 상대도는 114.1%, 물적 사고 손해율 상대도는 115.8%로 높고, 할증 수준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사고 크기(내용 또는 금액)가 아닌 사고 건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할인유예 없는 사고 건수제 ▲사고점수제와 사고 건수제 병행(점수 변경 및 3년 할인유예 폐지) 등 개선안도 제시했다.

  그는 "할인유예 없는 사고 건수제를 채택하면 무사고자는 4% 수준의 보험료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위험도에 부합한 보험료 부담과 안전운전 유인 등의 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이 안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험처리된 차량의 사고건수별 구성비는 무사고건이 79.9%, 사고 1건 16.7%, 사고 2건 2.8%, 사고 3건 0.5%, 사고 4건 0.1% 등이다.

할인유예 없는 사고 건수제가 도입되면 80%에 달하는 운전자가 4% 수준의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본다는 얘기다.

김수봉 보험개발원장도 "자동차 사고발생의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현 할인·할증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지 점검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수제가 도입되면 대형 인적 사고와 가벼운 물적 사고가 같은 비중으로 처리되는 문제점이 있고 작은 사고라도 보험처리를 하면 곧바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단순사고(0.5점)라도 사고 처리를 하면 보험료가 20%이상 대폭 할증돼 보험 계약자들은 보험처리를 못 하고 자비 처리해 소비자 부담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맹의 이기욱 보험국장은 "보험사는 계약자의 자비 처리 유도와 보험료 인상으로 5천억원 이상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며 "단순 건수 할증보다 사고별 점수제가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공청회 토론 세션에 참석한 서울YMCA 신종원 시민중계실장은 "건수제로 바뀌면 대략 사고 한 건당 20% 정도의 보험료 할증 요인이 생긴다"며 "장기적으로는 사고건수 체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하나 솔직한 태도로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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