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청·장년 노동유연성 확대 위해 첫 도입
시간제 일자리 확대, 고용률 70% 달성 목표로 추진
비정규직+저임금+단시간노동…"완벽한 3박자" 비판
타지역 공무원노조 등 반발…광주·전남은‘태풍전야’

▲ 정부가 올해부터 2017년까지 공무원 4천여명 등 공공부문에서 모두 1만 6천500개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올해부터 공채에 들어감에 따라 공직사회에서 그 폐해와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박재일 기자 jip@namdonews.com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시간선택제’ 도입이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동유연성 확대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공공부문, 특히 공직사회의 저항과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한결 같이 시간선택제를 통한 공무원과 교사의 채용이 공직사회 혼란과 학교 교육의 파행을 가져올 뿐 아니라 공공부문의 또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공직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 시간선택제의 추진 계획과 이에 따른 문제점이 무엇인지 조명했다.

◇ 제도의 도입 배경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6월 4일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청사진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청·장년의 노동유연성을 늘리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이어 같은해 8월 서울 구로구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있은‘지역일자리창출 토론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부터 선도적으로 확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오는 2017년까지 공무원 4천여명 등 공공부문에서 모두 1만 6천500개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새로 채용되는 국가/지방공무원의 3%를 시간 선택제로 뽑기로 했다.

또 국가공무원은 매년 1% 포인트씩 오는 2017년까지 6%까지, 지방공무원은 매년 2% 포인트씩 늘려 2017년까지 9%까지 비율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시간제 교사 채용 비율도 일반 공무원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역시 올해 3%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10%까지 끌어 올릴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공무원 600명, 교사 600명, 공공기관 1천명을 시간제로 채용하고 2017년까지 공무원 4천명, 교사 3천500명, 공기기관 9천명 등 1만 6천500명의 공공부문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정부는 올해 국가직 공무원 신규 채용 예정자 1만3천701명 가운데 684명을 시간선택제 방식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광주광역시 역시 이달 7일부터 11일까지 접수 예정인 제2회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9급 일반직 20명을 선택제로 뽑는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3월 22일 사회복지직 9급 4명을 선발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전남도는 오는 6월 필기시험 전형에 들어가는 제2회 임용시험에서 본청과 20개 시군에서 9급 일반직 54명 사서직 2명 등 56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란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월급은 92만 원 안팎이고 하루 4시간만 일하면 된다.

일반공무원(전일제)이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것과 달리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주 20시간을 기본으로 15~25시간만 일하는 정규직 공무원이다.

보수는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급되지만 시간선택제 공무원 역시 1년 단위로 승급돼 매년 호봉이 오르게된다.

근무시간을 오전이나 오후, 야간, 격일제 등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결혼이나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비롯해 민간에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공직에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경력 학위 자격증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필기시험없이 서류전형과 면접시험 만으로 뽑는다.

3인 가족(배우자 1명, 자녀 1명) 여성이 시간선택제 일반행정직(9급)을 지원할 경우 받는 기본급은 61만3천800원이다.

가족수당과 급식비는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각각 6만 원(배우자 4만 원, 자녀 2만 원), 13만 원을 받는다.

하루 4시간 5일 동안 근무할 경우, 직급보조비 5만2천500원, 초과근무수당 7만2천470원이 지급돼 한 달에 92만8천770원을 받을 수 있다.

직급별로는 중간관리자급인 5급부터 실무자급인 9급까지 폭넓게 선발할 수 있고 운전·민원상담 등 행정실무부터 법무·통번역 등 전문적인 업무까지 다양한 업무분야에 채용의 기회가 제공될 예정이다.

◇ “전형적인 나쁜 일자리”

주목되는 점은 정부의 시간선택제를 통한 공무원과 교사 채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공직사회 혼란과 학교교육의 파행을 가져올 뿐 아니라, 공공부문의 또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나쁜 일자리’라는 것.

정규직 공무원과 비교했을 때 임금은 최저임금 보다 못한 50% 수준으로 생계유지조차 어려울 것이고 근무 경력에 따른 근무평정과 승진 등에서도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년만 보장받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일자리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비정규직을 없애야 될 공공기관에서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채용하는 것은 '비정규직+저임금+단시간노동'이라는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나쁜 일자리를 작정하고 만들겠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향후 발생할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시간제 공무원이 도입되면 앞으로 전일제 근무자, 시간제 근무자,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 남성과 여성노동자로 이중구조화가 불가피하고 이는 곧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것.

이는 곧 이들의 조직화에 따른 후유증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최소 1만6천500명이 갖게될 노조의 힘은 행정부나 정치권이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5년 후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이 처우개선과 함께 '전일제'로 전환을 집단적으로 요구한다면 정부가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근본적으로 '가계보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대부분의 구직자가 '가계부양'이 원초적 목표라는 점에서 시간선택제가 '가계보조'에 맞춰져 현실과의 간극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 공직내부의 반응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고용률 달성에 급급한 질 나쁜 일자리만 대거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등 부산지역 공무원노조 등은 부산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당장 눈에 보이는 고용률이라는 수치만을 중시하는 근시안적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이명박 정부도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펼쳤지만 공공기관에서 시간제 비정규직만 늘리는 결과를 낳았으며 민간부분에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해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전국공무원노조 울산지역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시간선택제 공무원·교사 채용 계획을 전면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시간선택제 공무원·교사 채용은 공직사회 혼란과 학교교육의 파행을 가져올 뿐 아니라, 공공부분의 또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나쁜 일자리’임을 분명히 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시간선택제 공무원·교사 채용은 ‘일자리는 있되 책임은 없는 공무원·교사’를 양산해 직업 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고용구조의 이중화로 공직사회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며 “특히 교사의 경우 기존 1명이 맡았던 수업을 2명이 맡게 돼 수업 파행은 물론 학생들의 안정적인 생활지도도 어렵게 한다”고 비난했다.

양대 교육단체의 하나인 한국교총은 ‘정규직 시간선택제 교사’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도입을 철회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장회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총은 시간선택제 교사가 교직 특성을 무시하고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매몰돼 도입되는 만큼 교육현장에 미칠 폐해가 심각하다고 보고 반대운동을 적극 전개할 방침이다.

◇ 광주·전남지역 움직임

상대적으로 광주·전남지역은 아직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시간선택제 도입에 따른 심각성에 대해 내부적인 입장정리가 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현장의 목소리도 대부분 비판적이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사실상 공직에서 시간선택제로 선을 딱 그어 근무할 수 있는 자리가 몇자리 안된데다가 향후 공직내부의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나중에는 전일제와의 한계가 애매모호해질 공산이 크다"고 비판했다.

전남지역 한 교장도“시간제 교사의 경우 일부 편익에 비해 학교 교육력 약화와 교원 간 위화감 조성, 협업시스템 붕괴 등 현장이 감수해야 할 혼란이 너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박재일 기자 jip@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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