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대참사 
기상악화로 구조작업 차질 
"살아만다오" 애타는 가족
13명 사망·283명 생사 불명 

 
 
 
"하늘도 무심하지, 차디 찬 바다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쩌라고…" 
 
283명의 실종자를 낸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기상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돼 구조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구조작업에 생존 소식을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무심한 하늘을 원망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해경 등은 이날 아침 일찍 사고해역에서 UDT 등 특공대 잠수부와 민간 잠수부까지 동원해 사고해역에서 선체 내부 접근을 시도했지만 조류가 빨라 진입이 쉽지 않았다. 오후 들어서는 날씨가 더욱 나빠져 구조·수색작업이 사실상 중단돼 실종자 가족의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사고 지점인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은 이날 오전 10시 파고가 0.6m였으나 오후 2시 들어 최대 1.2m로 2배 정도 높아졌다.
 
바람도 초속 8.9m의 강풍이 몰아치더니 오후 5시 들어 약한 태풍에 버금갈 정도로 더욱 강해졌고 굵은 빗방울도 쏟아졌다.
 
물이 흐려 수중 시야가 20~30㎝에 불과한데다 수온 역시 11.6도로 낮아 수중에 투입된 잠수부들이 오래 작업할 수 없었다.
 
수색 잠정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 등지에서 생존자 구조의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팽목항에 모여 파도가 점점 거세지는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가족들은 시시각각으로 전해져오는 현장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적극적인 구조를 호소했다.
 
단원고 학부모로 보인 한 중년 여성은 굵은 빗방울에도 아랑곳 없이 두 손을 모으고 "용왕대신님, 우리 아이들 전부 살려 보내주세요"라며 간곡히 기원했다.
 
한 학부모는 "구조작업 상황을 믿지 못하겠으니 직접 가겠다"며 선박을 지원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당신들의 자식이 저 바다 속에 있다면 이대로 있겠느냐"면서 더딘 수색과 구조작업에 울분을 쏟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한 학부모는 "유민 아빠, 우리 애기 어떡하냐"며 "한 여름에도 뜨거운 물로 목욕하던 애인데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어떻게…"라며 울부짖어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는 학부모들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의 생존 소식을 기다리며 적극적인 구조작업을 호소했다.
 
이 같은 가족과 국민의 간절한 소망에도 생존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사망자만 갈수록 늘고 있어 가족들의 가슴은 숫댕이처럼 타들어 갔다.
 
학부모들은 "정치권이 생색내기로 얼굴만 내비치고 있다"며 "우리 애들을 살려내라. 수색에 성의를 보여 달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침몰 만 하루가 지난 17일 오후 9시 30분 현재 전체 승선자 475명 가운데 13명이 사망하고 283명이 실종됐으며 179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탑승자 중에는 필리핀인 2명과 안산 단원고 학생인 러시아인 1명 등 외국인 3명이 포함돼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도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해경 수사본부는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 등 승무원을 대상으로 이틀째 조사를 벌였다. 
 
해경은 선장 이씨가 승객보다 먼저 탈출했다는 일부 생존자들의 진술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경은 여객선이 항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뱃머리를 갑자기 돌리면서 무게 중심이 쏠려 침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기상이 좋아지는 대로 수색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침몰 여객선을 인양할 크레인은 16일 오후 3척이 출발했으며 18일 오전에 1척, 오후에 2척이 현장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진도/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정응래 기자 je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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