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배려·공정 교육으로 아이들 푸르름 더해줘"

미술 전공 활용 희망 키워줘…정부도 '참스승' 표창
'사고뭉치' 제자 진심알고 30년만에 찾아와 감사 전해 
교사·학생 많은 대화 못갖는 교육 환경에 안타까움

 

▲ 사랑·배려·공정 교육철학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황경숙 광주계림초등학교 수석교사. 제28회 스승의 날 표창을 받은 황 교사는 교사와 학생들이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는 교육환경을 소망했다.
15일 오늘은 서른 세번째 '스승의 날'이다. 

요즘 학교는 학교폭력, 교권추락 등으로 교단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세월호 사고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푸르름이 더해가는 5월 대한민국은 아직도 아픔에 젖어있다. 특히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을 지키다 유명을 달리한 교사들 이야기는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교육 현장에서 그간 잊고 지낸 참 스승의 모습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가슴 속 지워지지 않는 '참스승' 한두 분을 떠오르고, 평소 아뵙지 못한 죄스러움을 남몰래 삼키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광주계림초등학교에서 수석교사로 재임중인 황경숙 교사를 만났다.

▲사랑 ▲배려 ▲공정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삶의 지혜와 공존을 가르치는 '참스승'으로 평가받는 황 교사다.

계림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본관 건물로 향하는 길목에 타일 벽화를 만날 수 있다. 붉은 벽돌 벽면에 붙어있는 타일마다 갖가지 형상의 그림이 담겨있다.

'꿈을 키워가는 우리들'이란 큰 글씨 아래 200여장의 각 타일에는 '의사가 될래요', '우리 아이들 행복하게 해주세요', '내 꿈은 축구선수' 등이 적혀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적어놓은 것이다.

타일벽화 왼편에는 '다함께' 주제의 석부조도 만난다.

예전 음수대를 이용한 이곳엔 4면에 아이들이 환한 표정으로 두 팔을 활짝 벌린 모습의 조각상이 있다.

쾌적한 교육환경이 강조되는 요즘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벽화이고 조각이다.

그렇지만 계림초등학교는 남다른 사연을 지녔다.

1년전까지만 해도 음수대는 애물단지였다. 관리가 제대로 안돼 방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타일 벽화가 있는 곳은 건물 구조상 으슥(?)해 '위험 구역'으로 분류됐다. 아이들의 불장난 장소로 이용돼 그 상흔은 여태껏 남아 있다.

이런 곳이 지금은 학생과 교직원들의 희망을 담아내고,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이 학교 수석교사로 재직중인 황경숙 교사의 역할이 컸다.

황 교사는 모두가 걱정하는 공간을 꿈과 희망으로 채웠다. 조소 작가로서 전공을 살려 타일벽화을 함께 그리고, 석부조 조각상을 설치했다.

한 학생은 "예전에는 무서워서 오기 겁났는데 이제는 하나도 안 무섭다"면서 자신의 이름과 꿈이 적힌 타일을 가리킨다.

황 교사는 '사랑'을 실천하는 교육자로 알려져 있다.

교직 37년째인 황 교사의 교육은 한 제자의 예에서 잘 엿볼 수 있다.

황 교사에게는 2~3개월에 한 번씩 자신을 만나러 오는 제자가 있다. 50줄 나이의 이 제자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데 생각만큼 풀리지 않아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두 세달 간격으로 변함없이 황 교사를 만나러 서울에서 달려온다. 가정 문제, 아이 교육문제, 사업 문제 등도 상담한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후 30여년만이 7-8년 전부터 스승을 찾아오고 있다. 강산이 3번 바뀌도록 연락 없다가 옛 선생님을 찾아온 까닭은 뭘까.

'선생님(황 교사)이 얼마만큼 큰 사랑으로 자신을 감싸안았는 지'를 뒤늦게 깨달아서다.

이 제자는 '사고뭉치'였다. 황 교사가 2학년과 4학년때 두 차례 담임을 했는데 숙제를 해 온 게 한 번도 없었다. 또 친구들과 자주 충돌하는 등 생활지도 역시 쉽지 않았다.

이런 학생을 황 교사는 한동안 주말과 휴일을 이용,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공부를 가르쳤다.

어느 주말처럼 집에서 공부를 가르치던 중 황 교사는 이 제자가 말을 듣지 않자 매를 때린 뒤 꼬옥 껴안아줬다. 제자가 30여년만에 황 교사를 찾아 기억했던 당시 상황이다.

제자는 40줄이 넘어서야 선생님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많이 생각했는 지를 알게됐다고 한다. 이 생각이 들자 곧바로 선생님을 수소문, 두 세달 간격으로 황 교사를 찾아오고 있다.

황 교사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중요시 한다.

나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먼저 헤아리는 심성과 생활이 이뤄진다면 학교 폭력이나 갈등이 사라지고, 화목하고 원만한 교우 관계는 물론 학교생활도 재미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황 교사는 제자 중 실력이 굉장히 뛰어난 학생이 있었다. 수석입학, 수석 졸업이 늘 달고 다니는 학생으로 이른바 '엄친아'였다.

초등학교 졸업이후 한 번도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 학생의 고교 졸업, 대학 졸업, 000 자격증 합격 등 살아가는 모습을 알고 있다. 학생의 어머니가 어떤 상황이 생길때마마 문자로 동향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황 교사 기억엔 이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에 대한 자부심(자긍심)이 강해 다른 학생과 비교되거나 누구에게 평가나 조언받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타인의 생각을 배려하지 않은 언행으로 다른 학부모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황 교사는 이 학생이 경직되고 여유없는 상태라는 걸 '빈틈 없이 색칠된' 그림일기를 통해 알게 됐다.

미술 전문가로서 심리상태를 파악한 황 교사는 일기장에 '우리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함께 살아가는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예쁘게 보기 힘들다. 친구의 단점이 있더라도 예쁘게 보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취지의 소감문을 적었다.

며칠 후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면서 감사함을 전했다. 이 어머니가 아이의 성장 과정을 계속 전해주는 건 건 당시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황 교사는 "아이들에게 '상대방을 배려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말이든 행동이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언행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핵가족이 되면서 아이들의 개인주의가 굉장합니다. 예전에 교실에서 마주오던 사람이 부딪힐 모양이면 먼저 서로들 옆으로 비켜줬습니다. 지금은 잘 비켜주지 않고 부딪히면 '왜 때려'하면서 상대를 때리고 시비가 붙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 나의 영역을 절대 포기안할려는 사고 때문이지요. 만약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라고 말한다.

황 교사는 아이들에게 '우리 선생님은 공평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공부잘한다고, 내 자식이라고, 여자라고 편들지 않는다. 어느 날 학교 방과후 자신의 퇴근을 기다리던 아들이 친구들과 싸움을 했다.

때마침 싸움을 지켜보게 된 황 교사는 아들과 친구가 서로 똑같이 잘잘못을 이야기하게 했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면 오해를 풀고 나의 잘못도 깨닫게 했다. 이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된 둘은 감정까지 소통돼 '절친'이 됐다.

황 교사는 아들을 통해 공정함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했다.

아들은 미국 육군사관학교 입학당시 자기소개서에 "초등학교때 친구와 싸웠는데 어머니가 내 편을 안들어줘 굉장히 서운하고 화가 났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하니 어머니가 옳았다. 어머니의 공정함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적었다.

황 교사의 '공평성'은 미술 전시에서도 잘 나타난다.

계림초등학교 4, 5학년 학생들은 이달 말까지 광주 산수도서관에서 미술작품을 전시중이다. 황 교사 수업시간에 배운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은 잘 그렸든, 못그렸던 상관없다. 평소 자기가 보고 느낀 것을 나름의 예술적인 소질로 표현한 게 중요하다.

황 교사의 ▲사랑 ▲배려 ▲공평 교육은 정부차원에서도 인정했다. 제28회(2009년) 스승의 날을 맞아 당시 정부는 황 교사에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표창했다.

남다른 교육애와 소명의식, 헌신과 봉사정신으로 학생 교육의 모범을 보인점을 높이샀다.

황교사는 '스승의 날'을 맞이할 때마다 씁쓸함이 든다고 한다.

최근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갈수록 툼어지고 있어서다. 교사들 모두 소명의식과 열정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키고 있는데 교권침해 소식이 끊이지 않아 어깨가 처질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고 토로한다.

바람도 잊지 않는다.

"저처럼 학생들을 교육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10~20분에 싸운 학생들을 감정까지 소통하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교사 근무 환경이나 학생들의 교육 환경은 감정까지 주고받을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다툰 아이들이 진심으로 화해시키려고 수업까지 제쳐놓을 순 없는 것이지요. 교사와 학생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합니다. 그러면 아이드른ㄴ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보다 많이 느끼게 되고, 그 푸르름은 더욱 짙어지게 됩니다 ".

 

<황경숙 교사의 걸어온 길>
-조선대 미술대학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살레시오초 광주동산초 문흥중앙초 근무
-광주계림초 재임
-대전엑스포세계아동미술대전지도교사상
-제1회 광주비엔날레학생미술실기대회 최우수지도교사상(교육부 장관상)
-제28회 스승의 날 표창(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
-한국미협·전국조각가협회·인체그로잉회 회원
-한국·인도 국제 교류전(2008년 뉴델리)
-광주비엔날레기념 <시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공간전>
-개인전 2회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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