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첫 경기를 무난하게 치렀다.
태극전사들은 18일 아침 조별리그 H조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교체선수로 들어간 이근호가 후반 23분에 때린 중거리 슈팅이 러시아 골키퍼의 손에 맞고 들어가는 황금 같은 선제골로 출근길 시민들을 환호하게 했다.
비록 후반 29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역시 교체선수로 투입된 러시아의 특급 골잡이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빛나는 한판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도박사들로부터 약체팀으로 평가받은 우리 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탄탄한 기량과 성실한 플레이를 선보여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으리라 믿는다.
이날 경기가 열린 쿠이아바는 브라질에서도 '찜통 더위'로 가장 악명 높은 곳이다. 높은 습도와 온도 등 악조건 속에 땀범벅을 하며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힘든 경기를 불굴의 정신력으로 이겨낸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실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출정을 앞두고 불안감을 심어줬다.
튀니지와 가나를 상대로 한 마지막 두 경기 평가전에서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며 무기력한 모습으로 연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대4로 패한 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 본선에 가면 달라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던 홍명보 감독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빈말이 아님이 입증됐다.
승점 1점밖에 챙기지 못한 아쉬운 첫 경기였지만 조별리그에서 껄끄러운 상대로 여겼던 러시아와 비기면서 우리 대표팀은 이제 남은 두 게임 중 한 게임만 이기면 16강에 올라갈 확률이 높아졌다.
특히 이날 태극전사들은 그동안 평가전보다 훨씬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여 23일 알제리전과 27일 벨기에전의 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온 국민은 슬픔과 비탄 속으로 침몰한 듯 가라앉아 있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의 투혼의 승리는 가라앉은 국민의 마음을 다시 건져올릴 것이다.
축구는 룰을 지키는 가운데 개개인이 갖고 있는 기량을 팀워크와 잘 결합해야 이길 수 있는 단체스포츠다.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선전해 국민 모두 박수치면서 우리 사회의 팀워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태극전사들의 멋지고 시원한 경기가 집단 우울증과 무력감을 걷어내고 우리 국민에게 심기일전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후회없는 경기로 2002년 월드컵 4강신화 재현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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