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7·30 보궐선거와 관련,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 공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회의원이 과연 지역주민의 대표’인가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갖게 된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라는 것이 ‘독재와 폭압정치’와 별로 다르지 않구나…’라는 절망감까지 느낀다.
새정치연합은 권 전 과장을 전략공천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손톱만큼도 존중하지 않았다. 아니, 존중은 커녕 주민들을 철저히 무시했다. 권 전 과장을 전략공천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주민들은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았으면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입만 열면 지역주민들을,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겠다고 외쳐댔다. 그렇지만 그들이 하늘처럼 섬기는 것은 ‘권력’이고 ‘정치적 손익계산서’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들 스스로도 구태여 숨기려 하지 않고 있다. 어찌됐든 밀어붙이면 광주시민들이 ‘미워도 다시 한 번’ 주문(呪文)에 걸려 자신들 뜻대로 움직여줄 것이라 계산하고 있어서이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과 권 전 과장은 ‘외압폭로’를 매개로 국회의원 자리를 주고받은 모양새가 됐다. 새정치연합은 외압을 폭로해 자신들의 ‘대선불복’ 정치공세에 공헌한 권 전 과장에게 보은(報恩)을 한 셈이 됐다. 권 전 과장 역시 외압폭로와 경찰관 사직이 국회의원직으로 보상 받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권 전 과장은 경찰복을 벗으면서 보선출마를 부인했으나 10일 만에 말을 바꿨다. “내가 광산주민 여러분의 대표가 되도 좋겠느냐”고 주민들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국회의원직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정성은 잃어버렸다. 정당과 후보자가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하고, 말을 바꾸면서, 주민들을 농락하는 이 상황이 과연 정상일까? 아니다. 단연코 아니다.
지금 광산구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은 무엇이며 어떤 성격의 국회의원이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주민들은 대선불복의 연장선상에서 정치공세에 앞장설 선봉장을 원하고 있을까? 아니면 중앙정부와 국회에 영향력이 있어 지역살림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고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며 앞장 서는, 능력 있는 국회의원을 원하고 있을까?
광산을의 경우, 과거에는 장관출신인 이용섭 전 의원이 주민대표로서의 역할을 잘 해냈다. 출마의사를 보였던 천정배 전 장관의 경우도 지역을 잘 이끌 수 있었던 인재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사람들 다 제치고 권은희를 내려 보냈다. 새정치연합은 앞으로 청와대에 ‘낙하산 인사’나 ‘보은인사’와 같은 비난성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라는 말도 제발, 입에 올리지 않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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