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은 제66주년 제헌절이었다. 이번 제헌절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은 날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기본과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가운데 맞은 제헌절이어서이다. 그러나 의미만 깊을 뿐, 실상은 제헌절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행사는 전무했다. 국가개조의 기본이 법 중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참으로 유감스럽다.
정부나 새 자치단체장들 모두가 법 중시와 공무원들의 청렴을 강조하고 있다. 청렴의 시작은 공정함이다. 공정의 출발점은 또한 법이다. 개인의 주관을 배제하고 사회적 기준을 마련한 것이 법이랄 수 있다. 다른 말로 말해서 국가개조는 법에 충실한 나라가 되자는 뜻이기도 하다.
법보다 학연과 지연에 얽매이면 각종 부작용이 속출한다. 국가와 민간경제는 비효율성에 시달리다 경쟁력을 잃게 된다. 사회는 혼란스러워지고 가치는 붕괴된다. 세월호 사고는 ‘관피아’로 상징되는 부정과 부패, 그리고 법 무시가 초래한 비극이다. 그런데도 입법·행정·사법부 등은 여전히 법을 무시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과 같은 범법의혹을 받은 자들을 부총리나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김명수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장관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2명은 낙마했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법을 어긴 것에 대한 결과라기보다는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한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제헌절에 돌아보는 국회의 위치는 무참하다. 정략과 당략에 따라 수십 개의 법이 만들어지고, 또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법조차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국정감사에서는 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불호령을 내린다. 국회개혁을 외치지만 이는 선거용일뿐이다.
법을 지키고 집행하는 사법부의 위치 역시 실망스러운 상태다. 법관의 권위는 추락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다. 국민들 앞에 권력과 돈의 힘에 굴종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 버렸다. 전관예우라는 미명하에 법 조항을 왜곡해 해석하고, 지나치게 재량권을 부여한 결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법의 권위가 훼손된 것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법의 회복은 길거리 기초질서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남을 배려하면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하찮은 것이지만 신호등에 따라 길을 건너는 것이 국가개조의 출발이다. 법을 무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한데 이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국가개조를 외치는 것은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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