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청 조건부 재지정에 학교측 수용 불가 입장
모집전형 공고시한 코앞…어떤 형태로든 결론 내려야

교육청 "기존 선발방식 유지땐 지정취소도 가능"
피해자는 '학생들'…최악 피하려는 '타협점' 관심

▲ 송원고의 운명은?광주시교육청이 송원고에 대해 조건부로 자사고 재지정을 통보하자 송원고측은 법적 소송 검토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이는 등 양측의 대립하고 있어 그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임문철 기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자사고의 반발에도 진보교육감들은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시민단체들 역시 진보교육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다. 송원고와 숭덕고가 자사고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광주시교육청은 송원고에 대해 조건부 재지정을 통보했다. 이를 놓고 학교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적인 연대까지 하며 조건부 재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사고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과 배경,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학교 서열화 부채질' 폐지해야

6.4지방선거 직후 교육계는 자사고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13곳에서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들이 당선됐기 때문.

현재 서울을 비롯한 진보교육감이 들어선 교육청은 자사고 폐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은 당초 예정된 평가 계획을 유보한데 이어 1년 뒤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에선 안산 안동고에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광주는 송원고에 대해 조건부 재지정 통보를 했다.

진보교육감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큰 이유는 학교들을 서열화하고, 일반고를 황폐화시킨다는 시각때문이다.

이들은 특목고와 함께 자사고들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독점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광주의 송원고와 숭덕고는 그동안 중학교 내신 상위 30% 이상의 학생들만 지원가능하다. 다른 지역 자사고들도 제한 비율에서 차이는 있지만 성적제한을 하고 있다.

또 서열화에 빈부 격차가 개입된다는 점도 폐지 이유로 들고 있다.

자사고의 평균 학비는 일반고의 3배에 달한다. 이는 공부를 잘해도 집안 형편이 어려우면 자사고에 갈 수 없다고 강조한다. 즉 교육 기회의 차별이 빈부에 따라 발생하게 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이다.

이계영 광주시부교육감이 송원고의 조건부 재지정을 결정한 자사고 지정운영위원회 논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자사고는 특권층 학생들이 다닌다는 지적이 많다"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이다.

자사고가 교육과정의 다양화라는 취지로 부여된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을 이용해 국영수 교과목 비율이 50%를 넘는 등 입시 위주의 교과 편성을 하고 있는 점도 자사고 폐지 주장의 배경이다.

◆'일반고 황폐화' 자사고로 매도해선 안돼

이에 자사고측은 일반고의 황폐화 원인을 자사고로 문제로 매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일반고 문제는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전문계고, 마이스터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온 결과인데도 오직 자사고만을 문제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는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 선택권 확대, 사교육비 절감 등을 위해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탄생한 학교라는 점도 강조한다.

이는 교육정책이 교육감들의 진보 및 보수 성향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오락가락 변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이같은 입장은 지난 29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자사고교장단협의회 기자회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협의회는 "지난 6월 법령에 근거해 교육부가 정한 지표에 따라 이뤄진 평가를 무시한 채 재평가 운운하며 일반고로 전환할 것을 강요하고 협박하는 행위는 교육감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규정에도 없고 비교육적 행위”라며 “자사고를 탄압하는 일체의 부당한 행위에 강력히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송원고 조건부 재지정 통보 갈등 증폭

첨예한 자사고 폐지 논란은 광주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광주교육청이 송원고의 자사고 재지정을 하면서 학생선발권을 사실상 없애도록 했기 때문이다.

2010년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송원고는 최근 운영 재평가를 받았다.

5개 시도교육청 연합평가단의 평가결과 송원고는 종합 78점을 획득했다. 이 점수는 미흡(60점 이하), 보통(61~79), 우수(80~) 등급중 보통에 해당된다.

이 평가 결과를 토대로 시교육청 자사고 지정·운영심의위원회는 ▲재단 전입금 확충 ▲중학교 내신 상위 30%로 제한된 선발기준 폐지 및 추첨 방식의 학생선발 ▲국영수 수업시간 단축 ▲2년 뒤 재평가 등을 조건을 내세워 재지정 승인 여부를 교육감에 일임했다.

이에 장휘국 교육감은 지정위 심의 결과를 100% 수용하고, 송원고에 조건부 재지정을 통보했다.

송원고 측은 신입생 선발시 성적제한을 폐지하고 추첨으로만 뽑으라는 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우수학생을 뽑을 수단이 사라지면 사실상 일반고나 다를바 없다는 주장이다. 일반고나 다름없는 학교에 누가 3배나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학교에 오겠느냐고 항변한다.

학교법인 관계자는 "말만, 무늬만 재지정이지. 사실은 폐지하라는 것과 같다.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원고는 조건부 재지정 철회를 위해 전국 자사고와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섰다.

조명환 송원고 교장은 공동 기자회견 뒤 “이날 기자회견은 진보교육감의 자사고 탄압에 맞선 자사고 교장들의 결의대회 수준이었다”며 “물러섬 없이 끝까지 연대해 함께 대응하자고 결의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교장들은 ‘성적제한 폐지, 선발권 박탈’ 등을 내건 광주시교육청의 ‘송원고 조건부 재지정’을 철회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학교측에선 송원고가 무슨 죄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5년전 광주시교육청의 권유에 의해, 좋은 학교를 만들어보겠다며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자사고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2010년 광주시교육청은 정부 정책에 따라 송원고에 자사고 운영을 권유한 바 있다.

▲ 송원고의 운명은?광주시교육청이 송원고에 대해 조건부로 자사고 재지정을 통보하자 송원고측은 법적 소송 검토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이는 등 양측의 대립하고 있어 그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임문철 기자
◆존폐 논란 숭덕고까지 확산 전망

문제는 송원고가 교육청의 조건 수용 여부다.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 공고시한(8월 14일)을 2주도 채 남지 않았기에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결론을 내야한다.

송원고는 모집전형에 기존과 같이 ‘중학교 내신 상위 30%내 추첨 선발’안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송원고는 지정운영위 심의결과가 전해진 뒤 시교육청측에 현행 30%이내 응시 조건을 50%이내로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교육청측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만약 송원고가 기존처럼 모집요강을 신청할 경우 시교육청은 교육감의 신입생 모집 요강 승인권한을 내세워 불허할 방침이다. 이를 무시하고 신입생 선발을 강행하면 '부정 입학' 사유로 지정취소 조치를 내릴 복안이다.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일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이는 학교측과 교육청 모두 부담이 된다.

따라서 교육청 안팎에서는 모집요강 공고 시한전까지 양측이 파국을 피하기 위해 타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송원고가 신입생 선발시 성적 제한 요건을 2015년 30%, 2016년 50, 2017년 70% 등 연차적으로 완화한 뒤 2018년도엔 완전 폐지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자사고 존폐 논란과 갈등은 송원고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숭덕고의 재지정 운영 평가 및 심의가 내년에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송원고의 재지정 조건으로 볼때 시교육청은 숭덕고에도 성적제한 철폐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반영하듯 시교육청은 최근 숭덕도가 제출한 내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에 대해 수정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교육계 한 인사는 "자사고 존폐 논란은 자사고를 도입한 정부와 이를 시행하는 교육감간의 교육철학 및 가치관의 차이가 근본적인 배경"이라며 "이렇다보니 리더가 바뀔때마다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하는데 이에 따른 혼란과 갈등은 학생들을 피해자로 만들 뿐"이라고 밝혔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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