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섭
<광주광역시의회 의원>

역지사지(易地思之), 맹자의 이루(離婁)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한 말이다. ‘
나의 입장을 살피기 전에 먼저 상대의 입장을 살펴보라’는 말이다.
모든 일에는 그것을 바라보는 서로의 관점이 있다. 세계관이 다르기에 모두 같은 관점을 견지할 수 없으며 문제를 바라보는 입장과 처지도 모두 다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우리 주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해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다.
부부지간에도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해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왕왕 있고 친구지간에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살 수 없는데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해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역지사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기기주가 팽배배하고 있다. 
하지만 역지사지가 무조건 상대의 입장만을 고려하란 말은 결코 아니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가운데 내 주장과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 역지사지는 설득을 잘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가장 조화롭고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설득을 위해 나의 입장을 먼저 살피기 전에 상대의 입장을 우선 살피는 것이 역지사지이고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이다.
오늘날 설득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매우 긴밀하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이는 ‘설득의 심리학’ 이라는 책이 스터디셀러인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상으로 설득하고 종교로 설득하고 연설로 설득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설득하는 과정.
역사를 통해 보면 수많은 설득의 일화가 나오는데 이는 설득이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가장 유력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살펴보지 않더라도 설득은 우리 일상생활의 강력한 유지 수단이다. 영업사원은 물건을 잘 팔기 위해 부모는 자식을 잘 훈육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설득을 실행하고 있다.
설득을 잘할수록 그 능력을 인정받아 사회의 지도층이 될 수 있다. 설득을 잘 할수록 지혜로운 부모가 될 수 있고 설득을 잘 할수록 능력을 인정받는 사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설득의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자신을 숨기고 이해하는 척하며 상대를 속이는 것은 설득이 아니다. 이것은 설득이 아니라 사기 행위이며 위선이다.
더불어 상대를 설득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몰인격적 사고는 배제되어야 한다.
존중과 평등의 자세를 견지해야만 상대를 설득의 장으로 이끌 수 있는데 이것은 상대방의 인격과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기본자세라 할 수 있다. 역지사지와 설득은 소통을 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또한 소통은 그냥 듣기만 하는 것과는 구별된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내내 문득문득 요즘 광주광역시 행정이 떠오른다.
광주 행정의 중심에 있는 최초 시민 시장, 윤장현 시장의 행보가 떠오르는 것이다. 과연 윤장현 시장이 설득의 자세를 잘 견지하고 있는지,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로 소통하려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사실 나는 취임 100일을 지난 윤장현 시장의  행보를 더듬어 보는 과정에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소통을 제일로 생각하고 있다는 시장께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소통의 부족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첩첩산중인 광주 현안 문제를 해결해 가고 광주의 비전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윤장현 시장이 소통의 자세를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광주는 공동체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도시이다.
앞으로도 이 공동체 정신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해 광주를 더 광주답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행정에는 결단의 자세도 필요하겠지만 그 전에 이해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려는 기본자세가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힘으로 광주를 만들어 갈 수 있고 더 큰 목소리로 광주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 공동체 정신, 더불어 함께 하는 정신! 나는 이 시점에서 윤장현 시장이 반드시 광주의 정신, 공동체의 정신이 무엇인지, 광주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우선 갖춰야 할 시장의 자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그래서 광주 시장, 윤장현이 역지사지를 제일 잘하는 소통의 롤모델이 되길 바란다. 시민운동가 출신, 진짜 시민시장으로 거듭나길 희망하고 또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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