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광주 동천마을 '듀잇(Do it)'

아름다운 남도 따뜻한 공동체

▲ 광주광역시 서구 동천마을 아파트 3단지 공동체 '듀잇(Do it)' 회원들이 단지대 '작은도서관'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 김한얼 기자 khu@namdonews.com

엄마들의 기분 좋은 반란…'우리동네 희망찾기'
딱딱한 아파트를 사람·문화 '소통의 장'으로 변화

 

“스마트폰만 보는 아이가 이제는 놀이터에서 밤새 뛰어 놀고 싶대요”

엄마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콘크리트 벽의 아파트단지를 ‘소통하는 마을공동체’로 변화시켜 눈길을 끌고있다. 

딱딱한 느낌의 입주자 사무실이 작은도서관과 카페로 탈바꿈 하는가 하면 엄마들의 재능기부가 이어지면서 아이들을 위한 키즈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어서다.  

광주 서구 동천마을 아파트 공동체인 ‘듀잇(Doit)’의 탄생은 2년전 한 엄마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딸 민아를 둔 김정숙(40)씨는 동천마을 아파트로 이사온 후 이웃과 교류가 없어 외로운 날이 많았다.

육아와 교육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 속에 ‘답답함’을 느끼던 김씨는 예전에 TV에 방영된 독일의마더센터가 떠올랐다.

마더센터는 지역내 자발적으로 생긴 공동체로 이웃끼리 육아와 여성문제 해결하는 공간이다.

김씨는 동천마을에 마더센터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지난해 12월,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는 13명의엄마들과 의기투합했다.

김씨와 엄마들의 당찬 각오처럼 공동체 이름은 ‘해보자’는 뜻이 담긴 듀잇(Do it)으로 결정됐다. 

엄마들은 우선 10여평 남짓한 입주자 대표 사무실부터 변화시켰다. 사무실을 활용해‘작은 도서관’을만들었다.

서로 가지고 있던 책을 기증하고, 지인을 통해 기부받는 등 아동도서 1천여권을 책장에 채워 넣었다. 

소통 공간도 마련했다. 사무실 한켠에 또래 엄마들이 쉽게와서 차도 마시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작은 카페를 개설했다. 

이 작은 카페는 금세 마을 사람들의 수다방이자 사랑방이 됐다.

교류가 활발해지다 보니 가사와 육아에만 전념했던 엄마들의 숨겨진 재능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쿠키를 잘 만드는 세연엄마, 글씨를 잘 쓰는 윤지 엄마, 대학시절 역사학과를 나온 윤하 엄마 등은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을 자처했다. 

1주일에 2차례 사무실에서 열리는 ‘캘리그라피’,  ‘역사·수학교실’ 등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키즈 프로그램 부럽지 않게 됐다. 

나아가 엄마들은 아이들의 건전한 놀이문화 형성에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논의 끝에 나온 프로그램은 비석치기, 오자미 던지기, 동대문놀이 등 ‘엄마표 전통놀이’였다.

처음 놀이를 접한 아이들은 생소함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요즘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할 정도로 전통놀이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김씨는 “요즘 아파트 놀이터에서 애들을 구경하는 것이 어려운 시절이 됐다”며 “하지만 전통놀이를 통해 서로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애들이 이제는 밖에서 더 뛰어놀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아파트단지 울타리안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지난 5월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주먹밥 만들기 행사를 비롯해 지난달 ‘북적북적 우리 동네 평화나눔축제’를 마련하는 등 지역 주민들과소통의 폭을 넓혔다. 

이런 노력때문일까. 듀잇의 활동은 올해 광주광역시 마을 자랑대회에서 우수상의 영예로 이어지며 광주 대표 ‘마을 공동체’로 자리매김했다. 

듀잇대표 윤혜란(37)씨는 “이웃과 더불어 살려고 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소문나면서 프로그램을 하고싶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김한얼기자 khu@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