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희
<광주광역시 서구 도시재생과장>

눈에 번쩍 뜨이는 기사가 들어왔다. 부산 모 구청에서 불법 현수막 과태료로 3억8천여만원을 부과했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현수막에 4억원에 가까운 돈을 부과하였지 하는 생각과 다음 장을 읽어보니 이해가 됐다. 불법 현수막이 3천장을 넘고 전체를 이어놓으면 15㎞가 넘는다니 얼마나 무법천지였으면 그랬을까 담당 공무원의 고충이 눈에 선하다. 
현대인은 광고의 홍수 속에 묻혀서 산다. 데이비드 셩크는 데이터스모그란 말로 광고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침에 눈을 떠 TV를 켜면 기업이나 상품의 광고를 접한다. 출근길에 도로를 걷다보면 풍선이용광고물(에어라이트)이나 불법 현수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건물엔 수많은 간판이 걸려있고 사무실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면 배너광고가 뜬다. 필요한 광고의 화면이나 문구는 우리들을 기분좋게 한다. 오래된 광고문구지만 ‘침대는 과학이다’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출근길에 마주하게 되는 불법 현수막 등은 하루의 시작을 불쾌하게 한다.
광주광역시 서구는 연초부터 지난 10월까지 불법 현수막 5만810장, 벽보 2만1천375장, 전단지 2만1천935건을 철거 및 수거하였고, 이는 매일 현수막 167장, 벽보 70장을 철거해야하는 물량이며, 다른 구도 비슷한 실정이다.
그렇게 철거해도 불법 현수막이나 전단지 등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많은 숫자가 시내 주요 도로변에 버젓이 걸려있고 오늘 수거해서 깨끗해진 거리는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다른 현수막이 자리를 잡고 있다.
불법 현수막으로 인한 피해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교통표지판에 걸린 현수막으로 표지판이 넘어지고, 사거리 코너에 걸린 현수막으로 인해 운전자 시야가 가려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찢어지고 끈이풀려 바람에 날려 행인을 다치게도 하며, 현수막 올이 풀려 가로변에 심은 작은 관목류를 감싸 고사시킨다. 
철거되고 남은 끈이 가로수 등에 남아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시민들의 준법의식에 많은 상처를 남긴다.
광주에도 고분양가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아파트나 오피스텔, 조합주택의 분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불법 현수막의 난립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장소를 불문하고 더 많은 양의 불법 현수막을 게시해 불법 저지르기 대회를 하는 양상이다. 거기다 신장개업한 음식점, 가구점, 학원 뿐만아니라 최근에는 타 지역에서 분양하는 호텔, 상가까지 가세해 도시를 온통 현수막으로 도배를 한 느낌이다.
불법 현수막이 활개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수막을 걸어서 얻는 이익보다 처벌이 미약해서다. 기술의 발달로 현수막 제작비가 워낙 저렴하다보니 며칠만 걸어도 광고효과가 충분하다. 거기다 단속시간을 피해서 불법 현수막을 붙이고 떼어주는 업체가 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는 불법광고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처벌이 형식적이고 미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불법 행위자가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서구는 현수막 게시대를 63개소, 480면을 설치했다. 가능하면 광고효과를 높이려고 주민의 시선이 잘 띄는 곳에 설치했고 기간도 15일씩 게시한다. 지속적인 단속과 철거도 중요하지만 업주들의 사고방식 전환과 관련단체나 협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또한 구에서도 광고효과가 반감되는 위치의 현수막 게시대는 새로운 장소로 이동도 병행해 나갈 것이다. 차가운 초겨울 바람이 부는 지금 업주들의 시민의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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