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키퍼'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앞장

"예전에 동거했던 남자가 집에 찾아와 때리고 아이를 빼앗아 가려 해요. 빨리 도와주세요." 

지난달 25일 오후 6시 40분께 광주 북부경찰서 상황실로 A(24·여)씨의 가정폭력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지적장애인이자 13개월 된 아들을 둔 미혼모인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너무 힘들다. 제발 도와달라"며 눈물을 보였다.

33㎡ 안팎의 임대 아파트에는 쓰레기와 이불이 어지럽고 널부려져 있었고 아이 장난감이나 기본적 세간 하나도 거의 없었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로부터 매월 쌀과 소정의 돈을 지급받았지만 어릴 적부터 보육원에서 생활해 밥을 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방법 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친구 소개로 남성을 만나 원치 않는 임신과 동거, 출산은 일상생활을 하는 방법조차 제대로 몰랐던 A씨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간간이 찾아와 "내가 제대로 키울 테니 아이를 내놓으라"는 옛 동거남의 요구 역시 견디기 힘들었다. 

광주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4반장 김산석 경위는 서 내 홈 키퍼(Home keeper)팀, 피해자전담 경찰관과 함께 A씨 가정을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먼저 옛 동거남 B(36)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가정폭력특별법에 따라 주거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를 법원에 신청했다. 

또 동료들의 아이가 사용했던 신발, 장난감 등을 기부받아 전달한 경찰관들은 '4대악 피해자 지원' 신청을 통해 금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동 주민센터에 부탁해 동네 부녀회에서 정기적으로 집 안 청소를 도와주는 것은 물론 요리와 육아 등을 직접 가르쳐 주고 인근 사회복지관에서 상담 등을 해주기로 했다. 

김산석 경위는 5일 "가정폭력 문제로 고통받는 가정이 많은데 특히 A씨처럼 지적장애 피해자들은 외부 지원 없이는 헤쳐나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돕게 됐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점검하려 한다. 주변에서 A씨와 같은 피해자를 발견하면 외면하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과 경찰 신고 등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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