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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6·생명의 끈>

늦가을이라 날씨가 추웠으나 추수의 기쁨에 그들 부부의 머리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추위도 잊고 그들만의 일상을 영위해 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내로 보이는 여인이 남편을 향해 말을 건넸다.
“여보! 전쟁이 일어났다는데, 우리 마을은 괜찮겠지요?”

낫으로 나락을 베는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한 손으로 이마의 구슬땀을 쓸어내며 “국군이 머지않아 압록강까지 간다니…, 여긴 전혀 피해가 없을 거야!”
“해방되고 일본놈들이 물러가, 살만했는데 또 전쟁이 터지면…쯧쯧.”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는 연신 혀를 차며 말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당시의 시대 상황으로 보아 일제 강점기가 지나고 해방이 되자 남쪽은 미 군정이 시행되고 몇 년이 지나자 이00 정권이 미국을 등에 업고 대한민국을 수립했고, 북쪽은 스탈린과 모택동을 뒷배로 김00이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해 해방의 기쁨도 잠시뿐, 강대국 사이에 신탁통치란 이상한 형태의 그림을 38선이란 지도위에 그리기 시작했다. 이념이 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었으나 민초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일부 지식인들만이 민족의 운명을 걱정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권을 수립한 이00 정권은 처음으로 제헌 국회를 열고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열어 일제에 동조한 자와 악질적 반민족 행위에 가담한 자를 처단하기 위해 반민족 행위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산하 특별 경찰대를 통해 반민족 행위자를 색출해 일제의 잔재를 청산함으로써 새 출발을 하고자 했으나 이00 정권은 1인 독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정권에 충성하는 정부관리, 경찰, 검찰들이 반민특위에 의해 검거되자, 오히려 그들을 정부 수립의 공로자이며 반공주의자라는 이유에서 석방을 종용하였고, 그 후 노골적으로 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하였다. 그리하여 이00 정권은 한국동란이 일어나기 1년 전, 특별경찰대를 해산하고 친일자들을 반공주의자로 둔갑시켜 자0당으로 입당시켜 이들에게 정권유지의 도구로 활용하게 된 계기를 마련하였고 반민특위는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역사 속에 사라지게 되었다.
그날도 부부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가을걷이를 마치고 집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리산 산세가 험준하고 깊어 해가 일찍 졌으며 그날따라 제법 초저녁의 어둠이 산자락을 타고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어디선가 포성과 총소리가 조금은 가깝게 들려와 부부는 서로의 눈만 바라보고 귀가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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