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운장의 리더십

관운장의 리더십
윤승중
<전남도의회사무처 의정지원관>

철이 들기 전 삼국지를 읽을 때 ‘도원결의’는 참으로 그럴싸하게 보였다. ‘한 해 한 달 한 날에 태어나지 못했어도 한 해 한 달 한 날에 죽기를 원하니, 하늘과 땅의 신령께서는 굽어 살펴…’이런 맹세를 통해 유비, 관우, 장비가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는 광경은 지금도 눈에 그릴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 도원결의 3형제 중에 공직자가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다면 바로 ‘관우(관운장)’일 것이다.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관우는 신격화 되어있다. 관우사당이 도처에 세워진 배경에는 용맹무쌍한 관운장의 청룡언월도로 사마를 물리쳐 달라는 염원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관우의 무예를 먼저 얘기하지만 관우는 의외로 큰 덕을 실천한 인물이다. 나이로 보면 관우가 셋중에서 제일 연장자였다. 하지만 도원결의에서 유비의 큰 뜻을 헤아려 그는 스스로 2인자로 내려앉았다. 한 무리의 수장을 뽑는데 인의와 지모가 나이보다 우선한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지방자치 시대에 그를 거론하는 것은 단체장이 선거에 의해 당선되고 공직자는 도원결의처럼 자연스럽게 당선자를 우두머리로 맞이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직사회는 2인자 리더십을 연구할 필요가 있고,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관우를 재조명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수장을 잘 모시는 것보다는 ‘제대로’ 모시기 위해서는 관우를 배워야 한다.

첫째, 관우는 약속한 일에 대해서는 사력을 다해 지키고자 했다. 유명한 일화지만 관우가 유비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조조에게 붙잡혀 있을 때 조조가 그에게 환심을 사려고 적토마를 선물했다. 다른 선물은 거들떠보지 않던 그가 반색하자 조조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유비형님이 계신 곳만 알면 이 천리마로 단숨에 찾아갈 수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느냐?”고 답한 것이다.

둘째, 은혜에 보답할 줄 안다는 것이다. 조조가 제갈량의 계략에 의해 쫒기다 막다른 길에 매복하고 있는 관우 앞에 서게 되었을 때 매정한 사람이었다면 한칼로 조조를 벨 수 있었다. 하지만 유비의 가족을 위해 조조의 군영에서 보낸 시간, 적토마를 얻은 계기 등을 생각해 그를 놓아준 것이다. 조조는 출병전 제갈량에게 “조조를 놓아주면 목을 내놓겠다”는 각서를 쓰고 왔음에도 은혜를 잊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는 현 시점에서 타 지자체와 상생하는데 가장 필요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셋째, 오기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관우는 손권에게 허리만 굽혔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기를 부렸다. 그래서 적진에서 목숨을 버렸다. 이에 유비는 복수를 위해 모든 이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나라 공격에 나섰지만 대패했다. 의형제간의 의리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넷째, 관우의 요령부득한 고집불통 성격이다. 그가 지닌 강직한 성품은 청렴을 요청받고 있는 공직사회에선 매우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의 용맹함은 조직사회에서 일단 결정된 프로젝트를 소신껏 이행하는 추진력과 비슷할 것이다. 현장의 일은 모두 자기 책임하에 결행하는 것이 2인자 역할일 것이다.

이해관계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견리사의(見利思義)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공직자의 바른자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불도저처럼 현장(전장)을 누비고, 약속을 제 목숨처럼 여기며, 세가 불리할 때도 굽히지 아니하고 자존심을 세울 줄 알며,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 관우에게서 오늘 날 지역 공직사회에서 필요한 리더십을 떠올리게 된다.

유비의 1인자 리더십은 범인은 따르기 어렵다. 늘 대의명분을 생각하는 그 밑에서 많은 일들을 묵묵히 해낸 관우도 보통 2인자는 아니다. 하지만 조조의 울타리 안에서 오매불망하던 유비의 소식을 듣자마자 그를 만나기 위해 5관돌파를 감행한 그의 용맹은 공직자가 배워야 할 2인자 리더십의 표상이 아닐까. 모든 공직자가 관우처럼 일할 수는 없지만 그 정신만은 공직사회에 배어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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