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만 누릴 수 있는 ‘특권’ 무엇이길래…

세계 최고 수준의 각종 특권 … 대한민국 ‘甲 중의 甲’으로

‘금배지’ 하루만 달아도 죽을 때까지 월 120만원 연금 챙겨

19대 국회 특권 내려놓기 ‘장담’했지만 결과는‘나 몰라라…’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 연금, 의원 사무실과 차량유지비, 보좌진 9명의 급여, 활동비 명목의 쌈짓돈까지 다양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최악’ 국회라는 오명 아래 19대 국회가 끝나가고 있다. 임기 막바지가 다가오면서 19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심지어 일부 누리꾼들은 국회의원을 ‘국개의원’이라 비꼰다. ‘국회의원’과 ‘개’를 합성한 신조어로 국회의원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비난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국민들 스스로 뽑은 국회의원이 국민들에게 공분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오직 국회의원만 누릴 수 있는 각종 ‘특권’을 통해 그 이유를 정리했다.<편집자주>



■금배지전용 ‘불체포특권’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 중에서도 불체포 특권은 가장 대표적인 특권으로 꼽힌다.

불체포특권은 회기중 국회의원의 신변을 보호해주기 위해 만든 헌법상 특권이지만, 그동안 각종 부정과 비리의 엄호 수단으로 쓰이며 ‘방탄국회’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가 열려 있는 동안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 동의 없이 의원을 체포하거나 구금되지 않도록 보장하고, 회기 전에 체포ㆍ구금됐을 때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될 수 있는 특권을 말한다. 즉 회기 중에 체포 또는 구금을 당하지 않는 일시적인 특권인 것이다.

이러한 특권을 지닌 현역 의원을 강제로 데려오려면 검찰은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법원이 체포동의요구서에 서명해 검찰로 보내면 대검찰청과 법무부, 국무총리실을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대통령 재가가 떨어지면 법무부가 정부 명의로 국회에 제출한다.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접수 후 첫 본회의에 보고하고 그 때부터 24시간 경과 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표결에 부쳐야 한다. 표결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 출석 의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 동의안이 통과하면 거꾸로 법무부, 대검찰청, 일선 검찰청을 거쳐 법원에 전달된다. 법원은 이 체포동의안에 근거해 구인영장을 발부하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만들어 놓은 것은 본래 영국 하원이 절대 군주의 횡포에 부당하게 활동을 제한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 불체포 특권이 개인비리를 저지른 국회의원들을 보호하는 데 악용돼 왔다.

‘방탄국회’라는 비난이 일었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1998년 기아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이신행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5차례나 방탄 국회가 열렸다. 법안 처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동료 의원이 체포되지 않도록 국회를 열었던 것이다. 검찰은 회기가 이어지지 않는 단 하루의 공백을 이용해 이 의원의 신병을 어렵게 확보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이 동시에 수사대상에 오르는 경우 양당이 국회를 열기로 야합하는 일이 적지 않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일도 허다하다. 역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총 56건인데 이 중 13건만 가결됐다. 나머지는 부결(14건)되거나 폐기(23건)됐고 영장청구가 아예 철회되기도 했다.



■의원 한 명당 연 7억 비용

불체포특권과 함께 국회의원들에게는 다양한 특권이 주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배지’를 단 하루만 달아도 죽을때까지 월 120만원을 받는 의원연금이다. 부정부폐가 드러나 의원직을 상실해도, ‘갑질’ 논란으로 자진 사퇴하더라도 연금은 꼬박꼬박 나온다. 다행히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는 비난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19대 국회 들어 의원연금은 폐지됐다. 다만 소급 적용을 하지 못해 18대 국회의원 이전에는 적용하지 못한다.

국회의원들의 연봉인 세비 또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입법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더불어민주당 김재윤 전 의원은 구속된 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5개월 동안 세비 1억7천만 원을 받았다. 또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150일간의 국회 파행 때, 의원들은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지만 추석 상여금 380만 원까지 모두 챙겼다. 일은 안 하면서 봉급은 꼬박꼬박 받은 것이다.

장관 집무실 수준인 149㎡(45평)의 의원 사무실과 차량유지비, 보좌진 9명의 급여, 활동비 명목의 쌈짓돈까지 의원 한 명에 드는 비용은 연간 7억 원이다. 1인당 GDP 대비 국회의원 세비는 5.2배로 독일의 3배, 영국의 2.6배보다 많다.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의원차량 유류대금 지원도 지나친 특혜로 지적됐다. 일부 의원들은 세비와 별도로 나오는 유류대를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주유소에서 집중 결제처리 하는 방식으로 지역구 관리를 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 비판받기도 한다.

선거를 앞두고 하루에도 몇 개씩 열리는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도 일종의 특권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출판한 책 대부분은 일반 서점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지만, 자신과 안면이 있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지역구 내 사업자 등이 대량 구매한다. 지난해 10월 말 더민주 노영민 의원은 출판기념회를 연 뒤 의원실에 카드단말기를 갖다 놓고 자신의 시집을 판매해 ‘갑질’논란을 일으켰다. 노 의원은 당시 국회 산업통상위원장이란 직위를 이용해 산자위 피감기관인 공기업 측에 책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19대 국회 들어 여야가 혁신을 외치며 앞다퉈 내놓은 국회의원 특권폐지 관련 법안들은 논의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특권 내려놓기…‘구호용’

19대 국회 들어 여야가 혁신을 외치며 앞다퉈 내놓은 국회의원 특권폐지 관련 법안들은 논의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4년 12월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마련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관련 4개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먼저 현직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및 후보자가 대가성 금전을 받는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예정된 본회의·상임위 회의가 열리지 않거나 국회의원이 구속됐을 경우 수당 지급을 중단하는 내용의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또 국회의원의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하되 공익 업무는 예외로 해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도록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 정치권의 자의적인 선거구획정을 차단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를 두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담겨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슷한 시기 정치혁신실천위원회 주도로 정부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후 법정 기한 내에 표결 절차를 밟지 않으면 다음 본회의에 자동 상정토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작년 초에는 현직 국회의원과 일정범위의 친·인척 관계에 있는 인사가 국회의원의 보좌직원으로 임명되는 경우 이를 국회의장 또는 국회 사무총장에게 신고토록 하는 국회의원수당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권의 특권 포기 움직임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의 ‘특권 내려놓기’ 법안들은 여전히 각기 상임위 계류 중이다.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1개만 대안반영폐기로 처리됐을 뿐 4개 법안 중 3개는 여전히 발이 묶여 있다.더불어민주당에서 내놓은 2개 혁신 법안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른 쟁점 법안들에 밀려 상임위 차원의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국민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 국회의원에 대한 비난이 멈추지 않는 이유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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