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淸明)

<정덕환 광주기상청장 직무대리의 날씨와 생활>

청명(淸明)
 

지난 4일은 청명(淸明)이었다. 화창한 봄날이 지속되는 가운데 입춘(立春)에 돋아나기 시작한 봄나물이 쇠고 진달래꽃이 피기 시작하는 것이다. 청명이 드는 날이 식목일과 겹치듯 이때는 온갖 초목이 새로 자라기 시작하는 봄의 중심이다. 천지간에 양기가 왕성해지는 때라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초목이 자라기 시작하는 시기가 앞당겨진 것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 청명을 봄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명은 말 그대로 날씨가 좋은 날이고, 날씨가 좋아야 봄에 막 시작하는 농사일이나 고기잡이 같은 생업 활동을 하기에도 수월하다. 청명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하는데, 이것은 특히 논농사의 준비 작업이 된다.

청명은 농사력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하나로 날씨와 관련된 속신이 많다. 청명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고,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바닷가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어종이 많아져서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하여 날씨가 좋기를 기대하고, 반면에 이 날 바람이 불면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또한 청명에는 ‘내 나무’란 나무를 심었는데,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결혼할 때 농짝을 만들 재목으로 삼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하여 나무를 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농가에서는 청명날 밑술을 담그고 보름이 지나 곡우에 덧술을 하여 담근 지 21일이 지나면 술이 되는데 이 술을 청명주(淸明酒)라고 한다. 가용주(家用酒)와 농주(農酒)로 사용했다.

‘삘기’, 혹은 ‘삐삐’ 라는 말을 기억하는가? 청명 무렵에는 ‘삘기’라 부르는 띠 모양의 어린 순이 돋는데, 이는 허기에 시달리던 시골아이들의 심심찮은 군것질거리가 됐다. ‘삐삐’라고도 불린 이것은 먹어서 배부른 음식도 아니었고, 별 맛도 없는 풀잎에 불과했지만 이것을 먹기 위해 이곳저곳 찾으러 다니기도 했었다.

‘삘기’를 찾아다니던 그 때 우리 지역의 기후는 어땠을까?

2006~2015년까지 최근 10년간 청명의 일 평균기온은 11.5도, 일 평균최고기온은 18.4도, 일 평균최저기온은 6.2도로 앞 절기인 춘분(春分, 3월 20일) 때보다 2~3도 가량 높게 나타났다. 또한 강수가 거의 없어 좋은 날씨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로 인해 청명이라는 명칭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최근 5년간(2011~2015년) 청명이 포함된 4월에 광주 지역에는 황사가 관측되지 않았다. 올해에도 황사 없이 맑고(淸) 밝은(明) 이름에 걸맞은 파란 하늘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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