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후 아무도 찾지않아 임대아파트 처분…이웃 덕에 고물상행 면해
강원도체육회 "특이사례로 친척 전달 또는 회관에 보관 논의 중"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던 불운의 역도 스타는 죽어서도 쓸쓸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역도 스타 김병찬(사망 당시 46세) 씨가 획득한 메달 10여 개와 상장 등이 하마터면 고물상에 갈 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씨는 지난해 6월 26일 춘천시 후평동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그를 발견한 이는 가족이 아닌 이웃 주민이었다.

김 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남짓한 시간이 지났지만, 장례식 이후 그를 떠올렸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걸까.

최근에는 그가 획득했던 메달이 고물상에 갈 뻔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김 씨 집에 있는 물건을 모두 폐기 처리하기로 하면서다.

그가 살던 집에는 사용하던 물건들이 먼지 쌓인 채 그대로 있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아무도 그의 집을 찾지 않아서다.

관리사무소는 1년 가까이 기다렸지만, 상속자가 나타나지 않자 입주 대기자를 고려해 김 씨의 짐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폐기물 수거 업체가 짐을 처분할 예정이었다.

하마터면 물건 더미에 섞여 고물상으로 보내질 뻔했던 10여 개의 메달과 상장은 지난달 27일 그가 살아생전 가장 가까이 지냈던 이웃이 이 소식을 접하면서 다행히 고물상 행을 면했다.

숨진 김 씨를 발견했던 이웃의 아들이 강원도 체육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

국가 명예를 드높인 메달이 고물상 쓰레기더미에 파묻히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도 체육회 관계자는 이날 곧장 집을 찾아 메달 10여 개와 상장을 인수했다.

도 체육회는 추후 강원도역도연맹과 메달 보관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선 먼 친척이 있으면 전달한다는 방침이지만 불가능하면 7월에 새로 지어지는 도 체육회관에 전시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도 체육회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특이한 경우"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도 안 되겠지만,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메달과 상장을 보관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역도 스타 반열에 올랐던 김 씨는 1996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역도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변변한 직업이나 수입도 없이 매월 52만5천 원의 메달리스트 연금으로 어머니와 함께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어머니도 201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김 씨는 혈혈단신이 됐다.

메달리스트 연금이 보건복지부의 최저생계비 지급 기준(49만9천288원)보다 3만 원가량 많아 최저생계비 지원도 받지 못했다.

그나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돼 월 10만 원 안팎의 의료급여와 주거급여 등을 받는 게 고작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김 씨의 사망으로 '경기력 향상 연구연금 수급자 생활보조비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해 체육연금 수급자가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돕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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