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북한의 남침(南侵)과 66주년 6·25동란<下>
<오인철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이렇게 되자 그 뒤로 우리 국군의 조직적인 저항은 불가능케 돼 버렸다. 무초 주한 美國 대사(John J. Muccio)는 서울에 있던 미국인을 가능한 수송 수단을 동원,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데 골몰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방송을 통해 美軍 응원군이(트루먼의 전쟁개입 결정 후) 내한중임을 국민들에게 알렸다. 6월 27일 火요일, 맥아더 장군은 모든 가능한 원조를 한국에 쏟으라고 명령을 받았고, 日本에 있던 점령군은 긴급 출동 준비가 안 되어 있기에 美國의 응원군의 내한(來韓)마저도 늦어졌다. 그래서 무초가 헌신적이고 유능, 똑똑하단 사실을 잘 알면서도 사석(私席)에선 ‘무초 저 녀석’이란 호칭으로 못마땅히 그를 깎아 내리곤 했다.

부산까지의 멀고 긴 후퇴는 형언키 어려운 심각한 비극, 혼란, 붕괴, 분열의 지옥행을 방불케 했다. 어찌 잊을 수나 있으리오. 소달구지, 짐수레의 장사진 속의 옹송그린 피난민 행렬, 무서운 유언비어와 공산군의 악랄한 살육전은 시시각각 덮쳐오는데, 南으로 떠밀리는 민족의 수난이여, 이고 진 행색 초라한 한민족들의 싸움이여, 그 숱한 피난 행렬 속에 생이별, 질병과의 싸움, 그리고 노약자의 구슬픈 아우성은 天地를 진동했다. 대부분 죽기를 바라고 동네와 구석진 빈집 지키며 그나마 떠나보내는 피난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생사(生死)의 길은 이 땅서 이산가족으로, 유명(幽明)을 달리하는 영원한 죽음의 길로 한국의 비극은 메아리쳐 갔다.

시퍼런 나이 어린 학도병, 죽어가면서도 붉은 공산 마수와 적화통일(赤化統一)만을 저지턴 대한의 호국전사들,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져간 전우(戰友), 꽃다운 국군의 무용담은 필설로는 다 할 수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준비 없는 전쟁은 또 다시 더 상상할 수는 없는 비극이다. 핵무장으로 으름장 놓는 적군(敵軍) 앞에 더 이상 평화 운운할 수만은 없다. 바야흐로 생존권을 놓고 시민들이 국민을 대표해서 맞서 싸울 상당한 무장(武裝)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이구동성 야단이다. 언제까지 강대국들의 장기판 놀이가 될 순 없다고 지각있는 국민들은 시급한 절체절명을 부르짖는다. 이제는 옹색한 정부보다 국민들이 구국행동 전선에 나서야 한다. 지배적 난국 돌파가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응징보단 실전에 쓸 무기를 우리 힘으로 당연히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누구네 눈치만 살필 때가 아닌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