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가 대물림되는 한국사회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는 발언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민중은 개·돼지”라며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말까지 쏟아냈다. 나씨는 취중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나씨를 파면처리키로했다. 공직자로서는 최악의 징계를 받은 것이다. 나씨는 11일 국회에 출석해 발언의 진위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문제가 된 발언은 취중에 발생한 일로 본심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영화 내부자의 대사를 인용한 것이 잘못 전달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를 취중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 돈 있는 자, 권력 있는 자들의 갑질에 대해 서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도가니 상태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에서 본격적으로 촉발된 ‘상위1%의 갑질’과 진경준 검사장의 권력을 이용한 치부, 검사자살 사건 등을 통해 국민들은 돈과 권력을 지닌 자들의 오만함과 엘리트의식, 부도덕함 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있는 자들의 특권의식과 비뚤어진 욕망은 우리사회를 야합이 들끓는 신분세습제의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특혜입학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학생들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도 부모의 세도에 힘입어 벼슬이 주어졌던 현대판 음서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수저’만 물고나오면 잘 사는 사회인 것이다.

우리사회는 어느 사이 부모가 돈과 권력이 있으면 자식까지도 힘 있는 자리로 올라가는 사회가 돼버렸다. 우리의 교육과정과 대학진학 제도가 돈이 있어야 1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구조화 돼버린 탓이다. 한편으로 돈이 없어도 권력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사회이기도 하다. 권력에는 스폰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수저는 또 금수저를 낳고 있다.

나씨의 발언은 힘 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나씨처럼 엘리트의식에 사로잡혀 시민들을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광주에도 그런 이들이 많다. 선거 때만 머리를 조아리는 정치인, 고급차를 몰면서도 교통법규는 나와 상관없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이들이, 바로 진상인 금수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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