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농어촌을 희생양 삼는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적용 대상에 농수산물을 제외하거나 선물 상한가를 상향조정할 필요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적용 대상에서 농수산물이 제외된다면 김영란 법은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며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서 명절선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농·축·수산물 상품에 대한 상한가 규제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기업인들이 주로 저지르는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농어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김영란 법이 과연 공정한가라는 의구심이 높다.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내린 만큼 어쩔 수 없이 법은 시행해야 하나 시행령상의 선물 상한가를 개정해 농어축산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마련이 절실하다. 상당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법은 사실상 지켜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국회의원들이 적용대상에서 자신들은 제외됐다고 해서 김영란법을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연합뉴스가 지난달 31일 김영란법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 24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에 응한 19명 가운데 10명이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한 의원은 여당 5명, 야당 5명(더불어민주당 4명, 정의당 1명)이다. 여야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농수산물을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법 개정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도시지역이나 비례대표 출신 의원들은 농어민들의 절규를 외면한 채 법제정 취지만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어정쩡한 자세로 김영란법 시행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처럼 “청렴 사회를 만들어 국민을 더 행복하게 하자는 취지로 만든 법인데, 오히려 이 법으로 눈물 흘리는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며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의원들이 드물다.

대다수 국민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수많은 편법이 예상되는 법은 생명력이 길지 않다. 온 국민이 자칫 잘못하면 형사처벌을 받는 김영란법은 여러 부분의 개정이 필요하다. 법 제정취지는 좋으나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법은 제대로 된 법이 아니다. 법이 없어서 진경준 검사장이 그런 후안무치한 일을 저질렀겠는가? 부패방지는 양심의 문제이지, 법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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