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교육청 2016선상무지개학교 동행기전남 학생들 원폭 투하 나가사키서 ‘평화 공존’ 염원

‘가해자 일본’ 고발 평화자료관 활동 뜻깊게 받아들여

“진실한 역사가 진정한 평화” 일본인 목소리에 큰 박수

조선 도예공 이삼평 발자취·한일 우호교류현장도 방문
 

‘더불어 성장하는 행복한 항해’를 주제로 지난달 25일부터 8월 5일까지 진행된 전남도교육청의 2016선상무지개학교 국제항해는 이길훈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의 헌신과 열정,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탐구 정신, 전남교육청의 지원 등이 어우러져 선상무지개학교 운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국제항해 기간 중 일본 나가사키의 평화공원에서 화이팅을 외치며 평화 공존을 다짐하고 있는 모습.
일본이 말하지 않는 가해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나가사키 평화자료관..

 

 

일본 도자기 산업의 시조가 된 이삼평이 발견한 도자기 원료 광산을 찾은 학생들.

 

 

학생들이 나가사키 평화자료관 내부에서 관련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
일본 사가현의 나고야성 박물관에서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교사 모습..

전남도교육청의 ‘2016선상무지개학교’가 한·중·일 국제항해를 끝으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더불어 성장하는 행복한 항해’를 주제로 지난달 25일부터 8월 5일까지 진행된 선상무지개학교 국제항해는 이길훈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의 헌신과 열정,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탐구 정신, 전남교육청의 지원 등이 어우러져 선상무지개학교 운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상무지개학교는 전남도교육청이 장만채 교육감 부임이후 전남 농어촌 학생들에게 나라밖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기 2011년부터 야심차게 추진중인 학생역량 강화 프로젝트다. 배를 타고 한·중·일을 오가는 국내 유일 특별체험활동으로 올해 5회쩨 진행됐다. 2016 선상무지개학교 국제항해 동행기를 두차례 걸쳐 싣는다.

<상>평화를 노래한 일본 탐방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목포해양대학교 부두. 선상무지개학교에 참여한 학생 219명과 교직원 32명이 탑승한 목포해양대 실습선인 새누리호(선장 임긍수)와 새유달호(선장 신호식)는 긴 뱃고동을 울리며 일본 후쿠오카 하카다항으로 향했다. 목포항에서 하카다항까지 거리는 280마일. 새누리호와 새유달호는 21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다음날 오전 9시 하카다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를 마친 학생들은 나가사키와 본격적인 일본 일정에 돌입했다.

첫 방문지는 나가사키 평화자료관과 원폭자료관.

평화자료관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슬픔과 고난이 담겨있다. 나가사키역에서 도보 8~10분 거리에 위치한다. 나가사키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으로 전쟁의 비극을 알리기 위해 일본 정부가 만든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이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전쟁 속에서 더한 고통을 맛본 식민지 민족의 고통을 알리는 자료는 부족하다. 이에 일본내 뜻있는 인사들은 일본이 말하지 않는 가해의 역사를 알리고자 평화자료관을 만들었다.

평화자료관은 1995년 시민들의 손으로 세워졌다. 일본의 무책임한 현실 고발에 생애를 바친 오카 마사하루의 유지를 이어받아 건립됐다. 이곳에는 마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일제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을 수탈했던 방식과 고통을 당했던 조선과 중국의 모습이 있다. 위안부 문제, 하시마섬(군함도) 강제징용 문제, 인체실험이 자행됐던 731 부대 문제 그리고 중국의 난징대학살까지 일제의 만행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오카 마사하루를 중심으로 시민단체가 고이 모은 자료들이 전시됐다.

학생들은 일본인들이 침략전쟁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평화자료관을 설립했다는 점을 뜻 깊게 받아들였다. 평화자료관 설립에 발판이 된 인물은 오카 마사하루는 해군 출신으로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당시, 전쟁을 멈춰야겠다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했다. 관련 자료를 수집하던 중 조선인들의 피해를 알게 됐고, 평화자료관을 구상하게 됐다.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은 원폭낙하중심지공원 안에 있는 자료관으로 전쟁의 참상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945년 8월9일’ ‘원폭에 의한 피해의 실상’ ‘핵병기없는 세례를 목표로 하며’ 등 3개의 테마로 구분된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의 목형, 원폭에 의해 휘어진 공장의 철골을 비롯해 당시의 참상을 알려주는 부서진 건물 잔해, 원폭 투하 시간인 오전 11시 2분에 멈춘 시계 등 당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원폭으로 인한 일본인이 당한 피해와 참상을 알려주고 있을 뿐, 왜 원폭이 투하됐는지…,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이처럼 일본 정부와 민간단체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면서 평화 공존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허민경 양은 “깨끗하고 예의바른 일본인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좋은 점만 알리고 (이렇게) 강제연행, 위안부 등의 역사를 숨긴다면 일본의 아이들이 어른들 보고 무엇을 배울까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학생들은 일본 방문 이틀째에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나가사키에서 일본 속 네덜란드인 하우스텐보스를 방문했다. 이어 나가사키 평화자료관 다까쟈네 야스노리(전 나가사키대학 교수) 이사장의 초청강연회를 통해 전쟁범죄에 관해 무책임한 일본의 태도와 피해자의 아픔을 다시한번 새겼다.

다까쟈네 야스노리 이사장은 “일본이 과거 전쟁을 일으켜 가해한 사실을 일본 국민, 나아가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두 번 다시 일본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평화자료관 설립 취지를 전하면서 “한·일 양국의 우호와 평화, 미래를 위해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며, 여기에는 침략전쟁에 대한 일본의 반성 및 사과를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 진실되고 정의로운 역사가 진정한 평화다”고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일본 일정 3일째에는 정유재란 때 잡혀간 조선의 도예공 이삼평을 신으로 모시는 도잔신사와 아리타 큐슈도자문화관, 일본 최초의 자기를 만든 이삼평이 자기 원료인 도석을 발견한 채굴지인 이즈미야야마 자광지를 찾아 숭고한 우리 선조들의 도공기술과 일본으로 전해진 과정을 체험했다.

또 4일째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침략 거점인 나고야 성과 박물관을 방문, 일본이 조선 백성들에게 준 시련과 그 반성 위에서 진행중인 한일 우호교류 현장을 둘러봤다. 나고야성 박물관 일본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반성를 토대로 한일 양국의 우호 교류를 위해 1993년 개관했다. 사가현이 운영하고 있으며 박물관은 한일 우호교류센터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사가현은 지난 2011년 전남도와 우호교류약정을 체결해 교육, 지방의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사업을 진행중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이같은 전쟁과 반성, 우호교류 모습을 가슴속에 새긴 뒤 보다 나은 양국 관계를 기대하며 일본 탐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선열들의 애국·독립정신이 깃든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다./나가사키=글·사진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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